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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26 ] 홍자경 작가의 "가방" _ 지니고 다니는 집, 또 다른 초상

정요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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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경 작.  "Bag 39", 194.0×130.0cm, oil on canvas, 2023-2025

작가 홍자경의 작품에는 저마다 '가방(bag)'이 등장한다. 인간이 마음을 누이고 드팀없기 위해 붙잡는 사물 중 하나인  '가방'은 그 인물의 사적 공간인 '집’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지니고 다니는 집'으로써 가방에 주목하는 작가의 통찰이 놀랍다. 그녀가 이 주제를 오래도록 톺아온 까닭은 그것이 가장 농밀하게 그 인간을 닮아 있는 사물이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인물의 표정을 그리지 않고도 가방으로써 그 인물을 말한다. 얼굴이 생략된 거기에는 인물의 identity를 가늠케 하고, 그것은 그 인물의 또 다른 초상처럼 기능한다.
 

"Bag 39"라는 명제를 지닌 이 작품은, 푸른 코트를 걸친 인물이 품 안에 커다랗고 파란 가방을 품고 있다. 저처럼 동질의 색감이, 저처럼 적당한 사이를 지닐 수 있다니. 사람의 사이란, 조화로운 색의 간격에 있음을 말하면서 그녀 스스로 화두를 끌어 안은 듯하다. 이를 푸는 단서로써 가방에 스며든 마음의 무게, 일상의 온도, 삶의 결을 포착한 것이리라. 이처럼 홍자경 작가의 작품은 '그가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가방 속에 무엇을 담고 있을까'라는 생각거리를 관람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글 ㅣ 정요섭 / 문화비평ㆍ아르떼숲 으뜸일꾼 


[관련 기사] 홍자경 개인전 ‘My story goes on’ — 관찰의 시선으로 삶을 응시하다
https://koreaartnews.com/post/eeqd62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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