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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회 개인전, 상실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의 시간 탐색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하랑갤러리, 박나회 개인전 《버리지 못한 마음들 : Still Life, Still Living》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하랑갤러리는 오는 2월 24일부터 3월 8일까지 박나회 개인전 《버리지 못한 마음들 : Still Life, Still Liv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물과 기억, 존재와 부재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며 ‘죽음 이후의 삶’을 남겨진 이들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박나회 개인전 포스터 / 하랑갤러리 제공

박나회는 일상적인 사물을 매개로 감정의 잔여와 시간의 층위를 포착해온 작가다. 화면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친숙한 형상을 띠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들은 명확한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지나간 관계의 흔적과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결을 암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관람자는 작품 속에서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보다, 무엇이 사라지고 남았는지를 감각하게 된다. 이때 화면은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경계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프레임’은 중요한 조형적 장치다. 프레임은 내부와 외부,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동시에 서로를 연결하는 경계로 작동한다. 그 안에서 사물은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고, 관람자의 기억과 만나며 새롭게 갱신된다. 정적이지만 응축된 화면은 버리지 못하는 마음과 결국 보내야 하는 시간 사이의 갈등을 조용히 드러낸다.

버려진 재단_ 130x162cm_ Meok and Mixed media on Linen_2026

작가는 지금-여기에 살아 있음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떠나간 존재를 향한 그리움을 동시에 담아낸다. 극적인 사건이나 직접적인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남겨진 사물의 침묵을 통해 감정의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은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을 호출하고, 각자의 상실을 비추어보게 하는 공간이 된다.

 

이번 전시는 무엇을 잃었는지를 말하기보다, 부재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에 주목한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을 서두르지 않고 응시하는 박나회의 회화는, 붙잡고 있는 것과 결국 놓아야 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가려진 비가_ 70x70cm_ Meok and Mixed media on Linen_ 2026

작가 노트

 

죽음 이후의 삶’이라는 말은 흔히 천국이나 지옥 같은 사후 세계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 죽음 이후의 삶이란 떠나간 이들의 것이 아닌,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그것은 떠나간 이의 부재를 짊어진 채 계속되어야 하는 일상이자, 상실의 흔적을 소화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중략)

 

버리지 못하는 마음과 보내야 하는 시간 사이의 갈등은 프레임 안에서 정적이지만 격렬한 이미지들로 치환된다. 그러나 사랑은 상실 앞에 침묵하지 않고 끝없이 항의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죽음의 표상들과 뒤섞인 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의지는 계속된다.

 

지금 여기에 살아있음에서 기인하는 불안과 떠나간 존재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을 동시에 담아낸다. 삶은 끝까지 다 설명할 수 없는 형언불가한 채로 남겠지만, 이 프레임들을 통해 그 불투명한 생의 궤적을 묵묵히 추적하고자 한다.

 

전시 정보

 

참여 작가 ㅣ 박나회

전시 기간 ㅣ 2026. 2. 20(화)- 3. 8(일)

관람시간 ㅣ 11 am- 5 pm

장소 ㅣ 하랑갤러리

주소 ㅣ 종로구 자하문로 38길 45, 1F

휴관 ㅣ 월요일

관람료 ㅣ 무료

문의 ㅣ(02)365-9545

사이트ㅣhttps://galleryharang.com/307

미완의 분류_53x45cm_Meok and Mixed media on Linen_ 2026

전시 서문

 

우리는 종종 사물을 통해 지나간 관계를 기억한다. 박나회의 작업은 이러한 사물과 감정 사이의 미묘한 긴장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대상들은 명확한 이야기를 제시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위와 감정의 잔여를 암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관람자는 이미지 속에서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보다, 무엇이 사라지고 남았는지를 감각하게 된다. 그 순간 화면은 존재와 부재 사이의 경계로 전환된다.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가 삶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면, 박나회의 작업은 보다 사적인 차원에서 기억과 시간의 지속성을 탐색한다. 극적인 사건이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남겨진 사물과 일상의 흔적을 통해 감정이 머무는 방식을 천천히 드러낸다. 이때 정물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관람자의 경험과 만나며 의미가 끊임없이 갱신되는 열린 구조가 된다.

 

특히 화면 속 프레임은 하나의 경계이자 장치로 작동한다. 내부와 외부, 과거와 현재, 개인적 기억과 보편적 경험이 그 안에서 교차하며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을 호출하게 된다. 작품은 특정한 해석을 요구하기보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감정의 결을 발견하도록 여백을 남긴다.

 

이번 전시는 무엇을 잃었는지를 말하기보다, 부재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에 주목한다. 조용히 놓인 사물들은 침묵 속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발하며, 관람자는 그 사이에서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박나회의 작업은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을 서두르지 않고 바라보며, 붙잡고 있는 것과 결국 놓아야 하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사유하게 한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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