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상수리 나무 _김선호
[ 또 하나의 코리아아트뉴스 기획 연재 시작한다 ]
상수리나무
김선호
주문인지 기도문인지 징소리랑 섞이는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상수리라 심산 야산 지천이라 무수리를 닮은거이 수라상에 감히 올라 그 이름을 얻은거이 갈참 굴참 졸참 신갈 떡갈나무 거느리고 풍년 흉년 점치고는 기근 들 때 한껏 여니 굶는 백성 구휼하는 그야말로 애민이라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상수리요 요즘 봉께 나라 꼴이 어지간히 어렵당께 들불처럼 번져가는 난리법석 안 보이요 이짝저짝 갈린 패가 거리마다 요동치요 요리조리 숨지 말고 이래저래 빼지도 말고 아 글씨 그 노무 치마는 훌러덩 벗어던지고
술일랑 수리수릴랑
아, 수리랑은 그만하더랑께요!

상수리나무는 참나뭇과의 낙엽교목이다. 갈참, 굴참, 신갈, 떡갈 등을 포함하는 참나무엔 도토리가 열린다. 5월쯤에 맺히는 참나무꽃을 보면서 어른들은 풍흉을 내다봤다. 꽃잎이 많으면 흉년이다. 부족한 양식을 채우라고 도토리가 넉넉하게 달린다는 것이다.
웬만한 참나무는 허리춤에 흉측한 상처 하나씩 달고 산다. 열매를 내어주려고 도끼 세례를 받은 훈장이다. 제 몸이 으깨지면서도 인간에게 구휼의 성은을 내린 참나무 앞에서 숙연해진다. 그 갸륵함으로 ‘참’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아닐까? 거짓이 판치는 혼돈의 시대에 참나무가 새삼 높아 보인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등 네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 편집자주 : 코리아아아트뉴스는 '시조의 일상화, 전문화, 세계화' 라는 기치아래 새로운 기획 연재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을 시작합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많은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