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휘의 K-메디 건강미학 11] 외국에 나가면 김치가 왜 그리울까?
우리가 낯선 나라에 도착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이 있다. 그건 단순한 입맛의 향수가 아니다. 몸이 기억하는 안정의 언어,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으려는 정체성의 본능이다.
며칠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으로 경주에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치즈버거를 주문하며 “케찹을 듬뿍 달라”고 한 일화가 보도됐다.
사소한 에피소드 같지만, 그 장면은 한 인간이 자신의 생리적 안전기지로 되돌아가려는 본능을 잘 보여준다. 그에게 치즈버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안정감을 되살리는 자기복원 행위였다. 김치를 찾는 한국인과 다르지 않다.
음식은 문화이자 생물학이다
문화인류학자 스토브리(Stovbury)는 “음식은 문화적 기호이자 생물학적 적응의 산물”이라 말했다. 한 민족의 음식문화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그 지역의 기후, 토양, 미생물, 그리고 인체의 진화적 타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국의 발효음식은 그 대표적인 예다. 습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 환경 속에서 우리 조상은 시간과 미생물을 조리법으로 삼았다. 김치, 된장, 청국장은 단순한 저장식이 아니라 계절의 온도, 습도, 미생물 생태를 함께 이용한 자연의 생명공학이었다.
이 발효식품들은 소화와 면역, 체온 유지와 대사 균형을 돕는‘살아 있는 생리조절제’로 기능했다.
신토불이 – 땅과 몸이 둘이 아니라는 철학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단순히 지역농산물을 먹자는 구호가 아니다. 몸과 땅이 하나의 생태계라는 사실을 드러낸 철학이다. 그 땅에서 자란 곡식과 채소는 그 지역의 미네랄, 온도, 습도, 미생물 조건에 맞춰 진화한다.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몸 역시 같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즉, 음식은 환경 정보의 압축판이다. 한반도의 흙에서 자란 배추나 무를 먹는 것은 그 땅의 기후와 미생물 데이터를 몸속으로 되돌려보내는 일이다. 그 안의 미생물이 장내 세균과 대화를 나누고, 면역 균형과 호르몬 조절을 함께 이끌어낸다.
결국 ‘신토불이’는 생태학과 생리학의 경계에서 몸이 땅의 리듬을 따라가려는 자연의 법칙이다.

몸은 땅을 기억한다
몸은 자신이 익숙했던 리듬을 기억한다. 한국인의 식단은 수천 년 동안 밥, 채소, 해조류,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 식단은 포화지방과 단당류가 적고, 섬유질과 항산화물질, 유익균이 풍부하다.
따라서 서양식 고지방·고당류 식단으로 급격히 전환하면 우리 몸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와 인슐린 반응, 대사 리듬이 무너진다.그 결과 피로, 비만, 염증, 알레르기가 늘어난다.
반대로 김치, 된장, 잡곡밥, 미역, 마늘 같은 한국형 식단을 유지하면 몸은 다시 안정감을 되찾는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 생리적 회복 메커니즘이다.
장내미생물, 신토불이의 과학적 근거
사람의 장 속에는 약 1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구성과 기능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인의 장에는 김치, 된장, 청국장, 젓갈을 통해 락토바실러스, 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등
유익균이 세대를 거쳐 정착해왔다. 이 균들은 염증을 줄이고, 면역을 조절하며, 비타민과 호르몬 대사에도 관여한다.
예컨대 김치의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은 장벽을 강화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며, 항바이러스 작용까지 한다. 된장의 바실러스 서브틸리스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만들어 소화 효율을 높이고
유해균 증식을 막는다.
이 균들은 한국인의 장 속에서 공생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세대 간 유전적 적응을 거듭했다. 결국 신토불이는 미생물과 인간의 공동진화의 산물이다.
서양식 식단이 무너뜨린 장내 균형
최근 몇십 년간 급격한 서구화된 식습관은 이 섬세한 생태계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가공식품, 정제탄수화물, 고기 위주의 식단은 유익균을 줄이고 염증성 균주를 증가시킨다. 그 결과 장 점막이 약해지고 독소가 혈류로 유입되는 ‘장누수(leaky gut)’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만성 피로,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의 토양이 된다.
한국인의 생리학에 맞는 밥상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음식은 명확하다. 그건 ‘우리 땅의 기운’이 스며든 음식이다.
잡곡밥: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고 장내 세균 다양성을 높인다.
김치: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된장·청국장: 폴리페놀과 효소가 염증을 억제하고 간 해독을 돕는다.
해조류: 알긴산이 독소 배출과 장세포 보호에 관여한다.
마늘·파·양파: 황화합물이 간의 해독 효소를 자극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제철 채소: 계절별 식물성 영양소가 장내균총을 다양하게 유지한다.
이 조합이 바로 한국인의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식이다. 이는 유행하는 ‘건강식’보다 더 과학적이고, 몸의 진화적 기억에 부합하는 식단이다.
음식은 약보다 강하다
한의학의 오래된 명제, “약식동원(藥食同源)”은 오늘날 장내미생물학이 증명하고 있다. 음식은 단순한 영양공급이 아니라 면역과 신경, 호르몬을 조율하는 생리적 신호체계다.
김치 속 젖산균은 세로토닌을 늘려 기분을 안정시키고, 된장 속 폴리페놀은 ‘제2의 뇌’라 불리는 장신경계를 자극한다.
몸의 뿌리를 잊지 않을 때, 건강도 돌아온다
세계화된 식탁에서 많은 사람이 ‘유행하는 건강식’을 좇지만, 몸은 언제나 자신이 자란 땅의 리듬으로 되돌아간다. 그 리듬이 깨어질 때 면역이 흔들리고, 그 리듬을 회복할 때 몸과 마음이 다시 조화를 찾는다.
한국인의 식탁은 단순히 문화유산이 아니라 우리 유전자와 미생물이 공동 설계한 생태시스템이다.
몸은 자신이 자란 땅을 기억한다. 땅의 리듬을 따를 때, 면역은 조화를 이루고 마음은 평화를 찾는다. 신토불이는 자연과 인간, 미생물과 유전자가 함께 써 내려간 가장 오래된 건강의 언어다.
우리가 그 언어를 잊지 않을 때, 진정한 웰니스는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김두휘 한의사 보건학 박사

압구정린바디한의원 대표원장
항노화 한방성형 장수의학 전문의
유럽 1호 시술 허가 한의사
국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민국 최초 한방 성형침 네트워크
대한 한방 피부미용학회 학술이사
비만관리 의원장 (전)
대한 메디컬뷰티협회 이사
코리아 뷰티 디자인협회 상임이사
뉴욕 키토 전문 다이어트 원장
코리아아트뉴스 건강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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