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연 미술학 박사, 제24회 강남초대작가전 참여…먹빛 여백에 피어난 ‘황금빛 모란’
먹빛으로 깊게 가라앉은 원형의 공간 한가운데 황금빛 모란이 피어난다. 모란에서 길게 이어진 선의 끝에는 작은 참새 한 마리가 자리한다. 여백과 색채, 정적인 화면과 생명의 움직임이 하나의 원 안에서 만나 독특한 긴장과 균형을 만들어낸다.

손지연 미술학 박사가 서울 강남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제24회 강남초대작가전’에 초대작가로 참여해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군계일학 <참새와 모란꽃>》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강남문화원에서 열리며 한국화·서양화·민화·서예·문인화·캘리그라피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손지연 박사는 화가이자 전시기획자,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를 이끌고 있다. 이번 출품작은 그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군계일학’ 연작의 미학적 지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먹빛의 침묵과 황금빛 생명의 만남

《군계일학 <참새와 모란꽃>》은 40×40cm 크기의 작품으로, 비단을 바탕으로 한 원형 화면에 아크릴을 활용했다.
작품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화면 중앙을 넓게 차지한 짙은 먹빛이다. 강렬한 검은색이면서도 가장자리로 갈수록 번지듯 흐려지면서 동양회화 특유의 여백과 먹의 농담을 연상시킨다. 그 가운데 자리한 모란은 전통적으로 부귀와 풍요, 품격을 상징해온 소재다.
하지만 손지연의 화면 속 모란은 전통적인 사실 묘사에서 벗어나 황금빛과 회색이 뒤섞인 응축된 형태로 표현된다. 그 중심에서 떨어지는 작은 황금빛 색채와 위로 길게 이어진 선은 화면에 수직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선의 끝에는 날갯짓하는 참새가 자리해 정적으로 침잠한 공간에 움직임을 불어넣는다.
둥근 화면 역시 중요한 조형적 요소다. 원은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 완결성과 순환, 조화를 상징한다. 작가는 이 원형 공간 속에 동양의 수묵적 감성과 현대 서양회화의 색채와 조형성을 함께 담아냈다.
‘군계일학’, 자아에 대한 작가의 미학적 질문
작품 제목의 ‘군계일학(群鷄一鶴)’은 여러 닭 가운데 한 마리의 학이라는 뜻으로, 평범한 무리 속에서 두드러진 존재를 의미한다. 손지연 박사에게 군계일학은 단순히 남보다 뛰어난 존재를 의미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그것은 외부의 기준이나 집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자아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짙은 먹빛 속에서 피어난 황금빛 모란은 시련과 혼돈 속에서도 지켜야 할 내면의 품격을 상징하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참새는 제한된 현실을 넘어 본연의 자신을 찾아가는 생명력을 암시한다. 전통적 소재인 모란과 새를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현대인의 자아와 자유,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한 점이 작품의 특징이다.
비단 위에서 만나는 동양과 서양
손지연의 작품 세계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부분은 재료다.

《군계일학 <참새와 모란꽃>》은 비단이라는 동양의 전통적 재료 위에 아크릴이라는 현대 서양화 재료를 사용했다. 은은하게 드러나는 비단의 문양과 섬세한 질감 위에 먹빛에 가까운 검정과 금빛이 중첩되면서 전통과 현대가 하나의 화면에서 공존한다.
먹의 번짐을 연상시키는 검은 영역은 절제와 사유의 공간으로 작용하는 반면, 모란과 참새를 표현한 색채는 상대적으로 즉흥적이고 자유롭다. 동양회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온 ‘비움’과 서양 현대미술의 적극적인 색채 표현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화면 안에서 긴장과 균형을 형성하는 셈이다.
손지연 박사는 이번 작품에 대해 “동양의 깊은 여백과 서양의 현대적 색채 감각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긴장과 조화가 관람객들에게 감성적 위로와 은은한 시적 여운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회화에서 기획·평론·AI까지 확장하는 예술 세계
손지연 박사는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 박사로 회화 작업뿐 아니라 전시기획, 예술평론과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동서양 미학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현대 시각문화와 AI, 융복합 예술에 이르기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면서 회화와 기술, 미학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바로크 미술에서부터 팝아트, 로보틱스에 이르기까지 미학의 변화’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는 등 미술사와 현대 기술 환경을 연결하는 교육·학술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의 회화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전통적인 동양 도상이나 재료를 단순히 재현하기보다는 현대적 색채와 조형 언어를 결합해 오늘날의 인간과 자아, 존재에 관한 질문으로 재구성한다.
이번 강남초대작가전에 선보인 《군계일학 <참새와 모란꽃>》 역시 이러한 작가의 조형적 탐구를 보여준다. 먹빛의 깊은 침묵 속에서 황금빛 모란은 조용히 피어나고, 작은 새는 그 공간을 벗어나듯 날갯짓한다. 전통과 현대, 정적과 동적, 여백과 채움의 대비를 통해 작가는 결국 ‘나는 어떻게 나 자신으로 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화면에 남긴다.
‘2026 제24회 강남초대작가전’은 오는 9월 30일까지 강남문화원에서 계속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2026 제24회 강남초대작가전
전시기간: 2026년 9월 21일(월)~9월 30일(수)
휴관: 9월 24일(목)~9월 26일(토)
장소: 강남문화원
분야: 한국화·서양화·민화·서예·문인화·캘리그라피 등
참여작가: 손지연 미술학 박사 외 초대작가
손지연 출품작: 《군계일학 <참새와 모란꽃>》
작품크기: 40×40cm
재료: Acrylic on silk on folded wood panel
제작연도: 2023
주관: 강남문화원
후원: 강남구·KB국민은행 강남역종합금융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