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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장의 음반] 60. 조지 콘도와 카니예 웨스트, 회화가 음악의 얼굴이 되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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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은 떠나고, 조지 콘도는 남았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뉴욕 현대미술의 한복판에서 자신만의 기괴하고 낯선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이 한장의 음반’에서 소개할 작품은 미국 현대미술가 조지 콘도(George Condo)가 앨범 커버 작업에 참여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2010년 앨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다. 음악과 미술,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이 한 장의 음반 안에서 강렬하게 충돌하고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다. 

GeorgeCondo

조지 콘도는 1957년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매사추세츠 로웰대학교에서 미술사와 음악이론을 공부했고, 어린 시절부터 기타와 작곡을 배우며 음악과 미술을 함께 경험했다. 대학을 떠난 뒤 보스턴에서 실크스크린 공방에서 일했고, 초기 신스·펑크 밴드 더 걸스(The Girls)의 베이시스트로도 활동했다. 그에게 음악과 회화는 애초부터 서로 분리된 세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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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은 그의 예술 인생에서 중요한 해였다. 바스키아의 밴드 그레이(Gray)가 뉴욕의 나이트클럽에서 더 걸스의 오프닝 공연을 맡으면서 장 미셸 바스키아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후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콘도는 1980년대 초 이스트빌리지 미술계에 등장하며 자신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럽 고전회화의 전통과 미국 대중문화의 감성을 결합한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인공적 사실주의(Artificial Realism)’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그 시기 뉴욕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이 있었다. 콘도는 이들과 교류하며 1980년대 이후 회화가 다시 국제 미술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과정에 함께했다. 앤디 워홀의 팩토리에서 실크스크린 제작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고, 198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유럽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독일 쾰른에서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1984년 유럽 첫 개인전을 열면서 국제적인 작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뉴욕으로 돌아온 뒤에는 키스 해링과도 깊은 우정을 나눴다. 두 사람의 관계는 해링이 19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조지 콘도의 주요 작품 가운데 일부는 키스 해링의 이스트빌리지 스튜디오에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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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콘도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회화적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익숙한 초상화 형식을 따르면서도 얼굴은 뒤틀리고 눈과 입은 비정상적으로 확대된다. 인물은 우아한 듯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고전 초상화와 피카소 이후의 입체주의, 만화적 과장과 심리적 불안이 한 화면에서 공존한다.

 

이러한 조지 콘도의 세계가 음악과 본격적으로 만난 작품이 카니예 웨스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다.

 

카니예 웨스트는 미국 힙합 음악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래퍼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다. 음악 스타일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힙합의 표현 영역을 넓혀 왔고,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시각예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의 음반 판매와 그래미 수상 경력,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 음악산업과 대중문화 전반에서의 활동을 했다.

 

2010년 발표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음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빌보드 200 차트 1위로 데뷔했고, 제5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랩 앨범을 수상했다. 니키 미나즈, 리한나, 제이지, 푸샤 T, 릭 로스, 키드 쿠디, 존 레전드, 본 아이버, 래권, 엘튼 존 등 다양한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한 장의 앨범 안에 힙합과 록, 팝, 전자음악, 오케스트레이션이 중첩되며 거대한 음악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조지 콘도 작업한 카니예 웨스트 앨범 커버

하지만 이 앨범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조지 콘도가 제작한 앨범 커버다. 조지 콘도는 이 앨범을 위해 서로 다른 여러 이미지를 제작했다.  ‘칼을 든 머리’, ‘발레리나’, ‘카니예를 껴안은 나체 스핑크스’, ‘카니예의 입체파풍 초상화’, ‘사제’ 등으로 불리는 이미지들이 소개돼 있다. 화면 속 인물들은 튀어나올 듯한 눈과 과장된 입, 분절되고 뒤틀린 얼굴을 지니고 있다. 피카소와 입체주의를 연상시키면서도 조지 콘도 특유의 풍자와 불안, 유머가 뒤섞인다. 

조지 콘도 작업한 카니예 웨스트 앨범 커버

앨범 커버들을 나란히 바라보면 더욱 흥미롭다. 강렬한 붉은색 바탕 위에 작은 회화 작품이 놓여 있는 구성은 마치 미술관의 벽에 작품 한 점을 걸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발레리나, 검이 꽂힌 머리, 초현실적인 인물, 왜곡된 카니예의 얼굴이 모두 같은 붉은 프레임 속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음반의 포장이 단순한 상품 디자인을 넘어 하나의 회화 전시처럼 기능한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라는 제목 역시 조지 콘도의 회화와 묘하게 어울린다.

 

아름답지만 어둡고, 매혹적이지만 뒤틀려 있다. 성공과 욕망, 명성과 고독, 사랑과 자기파괴가 한 작품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과잉과 불안, 자신감과 상처가 조지 콘도의 뒤틀린 인물들을 통해 시각적으로 다시 표현된다.

특히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 가운데 하나인 ‘Runaway’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단순한 피아노 건반으로 시작되는 곡은 점차 거대한 사운드로 확장된다. 성공한 스타의 자신감과 자기혐오가 동시에 드러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정서가 이어진다. 

 

음악은 귀로 듣지만 음반은 눈으로도 기억된다.

 

LP와 CD의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음악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한 장의 이미지로 압축해 보여주기 위해 미술가와 사진가,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그중에서도 조지 콘도와 카니예 웨스트의 만남은 특히 인상적이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단순히 음반 표지에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라 음악과 회화가 서로의 세계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조지 콘도의 인물은 온전하지 않다. 얼굴은 부서지고, 눈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웃는 입에서는 불안이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 때문에 그의 그림은 현대인의 내면과 묘하게 닮아 있다.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 역시 완벽하게 정돈된 세계보다는 욕망과 성공, 사랑과 상실, 오만과 후회가 뒤엉킨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래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들으며 조지 콘도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음악의 표지일까, 아니면 음악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또 하나의 작품일까.

 

한 장의 음반 속에서 미술은 음악이 되고, 음악은 다시 하나의 그림이 된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조지 콘도와 카니예 웨스트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하는 이유다.


글 ㅣ최재우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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