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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44] 김강호의“요람에서 무덤까지”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생애의 시작과 끝을 잇는 돋을새김”

요람에서 무덤까지

 

김강호

 

엄마 거 내게 다 주고

엄만 배가 안 고파?

 

! 난 하나도 안 고파

너만 보면 배불러

.

.

.

유골함 받아 들고 묻는다

.

.

.

엄만 배가 안 고파? 

요람에서 무덤까지 _ 김강호 시인 [이미지:류우강 기자]

이 시에서 반복되는 질문 엄만 배가 안 고파?”는 단순한 생리적 허기의 확인이 아니라, 모성이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핵심 상징이다. 아이는 자신이 음식을 더 먹어도 되는지, 혹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나이지만, 어린 마음에도 어렴풋이 무언가를 빼앗고 있다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때 엄마가 답하는 말, “너만 보면 배불러는 생물학적 굶주림을 초월한 모성의 본질이다. 배부름은 영양의 충족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 사랑의 충만함이다. 그러나 이 대답은 시의 후반부에서 다시 불러낼 때 전혀 다른 무게다. 유골함을 받아 들고 다시 묻는 엄만 배가 안 고파?”라는 질문은, 단순한 말의 반복이 아니라 순환의 반전, 혹은 뒤늦은 깨달음의 상징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모성의 배부름, 성인이 되어 상실을 마주한 순간 비로소 심연처럼 다가온다

 

죽음 앞에서 배고픔은 사랑의 기원을 되묻는 말이 되고, “배부름은 영원히 되돌려주지 못한 감사와 죄책의 은유가 된다. 실제로, 유골함은 무게가 거의 없지만 마음속에서는 가장 무거운 사물이다. 내가 가진 그 가벼움과 무거움을 겹쳐 놓았다. 어린 시절의 질문은 가벼웠고, 어른이 되어서의 질문은 무겁다. 그러나 두 질문 사이에 놓인 시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문구가 암시하듯, 생의 전 과정이다. 결국 시는 모성의 순환을 다루는 듯하지만, 더 깊이 보면 아이였던 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고 믿는 순간 다시 아이가 되는 역전의 구조다. 유골함 앞의 는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아이로 돌아가 있다. 이 시를 통해서 주고 싶었던 울림은, 사랑과 희생이라는 단단한 단어들이 실은 가장 연약한 감정의 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는 데 있다. 엄마의 배부름을 평생 오해한 채 살다가, 그 말의 진짜 의미에 도달하는 순간은 너무 늦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마지막 질문은 엄마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게 묻는 자책의 반향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질문은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단 세 문장의 반복으로, 시는 생의 원환 구조, 사랑의 비가역성, 상실의 절대성을 압축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제목을 실질적 존재론으로 완성했다.

 

 이 시는 생애의 시작과 끝을 잇는 돋을새김처럼, 인간관계의 근원적 비극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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