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32】 보석의 각자도생
보석의 각자도생
안에서나 밖에서나 보석이 중하데이
옷이 날개라면 보석은 하늘이라 날개 달고 오를 데가 꿈만 같은 하늘 아니가 하늘이 젤로 높으니 하느님, 하느님 안 하드나 삐까뻔쩍 보석 앞에 누군들 덤덤하겠노 애지중지 보듬으며 신주처럼 받들다가 보란 듯 달고 나서면 죄다 벌벌 떨드만 영어의 몸이 되면 보석은 더 빛난데이 가방은 받았지만 보석은 아니란 말이 보석을 받아내려는 잔꾀라고 쑤군대드만 루비니 사파이어니 다이아니 에메랄드니 갖은 교태 부리면서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렇게 화려한 것만 보석은 아닌 기라 진창길에 깔아놓은 디딤돌도 보석이고 집채를 오르내리는 돌층계도 보석이라 섬돌이 지금으로 치면 계단 아니고 뭐겠노 아파트 고층까지 올랐다가 내렸다가 굳이 열여덟 번을 골프 치듯 걸었드만 혈당도 비만도 모두 제자리도 돌아왔데이
이거이 보석 아니겠노 황금보다도 값지데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보석은 세 가지다. 디디고 다닐 수 있게 드문드문 놓은 평평한 돌 또는 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步石), 보증금을 받거나 보증인을 세우고 형사피고인을 구류에서 풀어주는 일(保釋), 아주 단단하고 빛깔과 광택이 아름다우며 희귀한 광물(寶石) 등이다.
이들 보석은 서로의 위치에서 각자도생한다. 눈길보다는 발길과 더 친숙한 첫 번째 보석은 살아가는 데 소중하다. 집을 오르내리거나 진창길을 모면할 수 있으니 얼마나 유용한가. 두 번째 보석은 법 위에서 군림한다. 잘못한 사람이, 돈이 있거나 많이 아프면 작동한다. 특정한 사람들은 밥 먹듯이 이용하나 갑남을녀에겐 그림의 떡이다. 세 번째는 부와 사치의 상징이다. 부자든 아니든 소유하고 싶은 유혹의 대상이다.
전 영부인의 보석 신청을 놓고 세상이 시끄럽다. 모르는 일이라던 가방은 받았으나 목걸이는 절대 안 받았다고 진술을 바꿨다. 불안증세 등으로 병보석을 신청하면서, 심리에 영향을 미치려는 꼼수거나 추후 양형을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들이 나돈다. 거짓말로 낭패한 양치기 소년에 빗대며 역효과를 분석하는 이도 있다.
각설하고, 서민들은 첫 번째가 진짜 보석이다. 운동역학 전문가들은 계단 오르기 효과를 강조한다. 유산소 운동이라 폐와 심장이 좋아진다. 다리와 엉덩이를 비롯한 여러 곳의 근력이 불어나니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뼈 밀도가 증가하고 뇌 기능이 향상되며 체지방이 감소하고 친환경적이다. 뿐만이라, 돌층계 덕분에 높이 올라볼 수 있으니 이야말로 금상첨화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다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