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규 칼럼] 43조 원, 청년의 내일을 바꿀 수 있을까
정부가 내년 청년 성장단계별 투자 예산을 43조3천억 원으로 늘린다. 취업부터 주거·자산·혼인·출산까지 지원 범위를 넓힙다. 2026년 8월 28일, 청와대에서 청년 예산 언박싱 2027' 행사를 열고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투자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6년 28조2천억 원이던 청년 성장단계별 투자를 2027년에는 43조3천억 원으로 늘린다. 증액 규모 15조1천억 원, 증가율 53.5%. 한 해 만에 청년 예산을 절반 이상 키우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재원 상당 부분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에서 마련한다고 밝혔다.
구성을 보면 출생과 양육에서 시작해 교육, 구직, 자산 축적, 주거, 혼인과 출산까지 청년의 생애 전 과정을 성장단계별로 지원하겠다는 설계다. 정부는 이를 청년의 잠재력에 대한 대한민국의 투자 라고 명명했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의 청년정책이 취업지원금이나 단기 일자리 사업처럼 특정 시점의 문제를 두드리는 데 머물렀다면, 이번 구상은 성장하고 독립해 가정을 이루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사다리로 보겠다는 점에서 진일보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를 던져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43조 원인가. 정확히 말하면 질문은 돈의 규모가 아니다. 그 돈이 어떤 구조를 바꾸느냐다.|
43조 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먼저 숫자부터 정확하게 봐야 한다. 43조3천억 원은 청년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돈이 아니다. 일자리·창업, 교육, 주거, 자산 형성, 생활·문화, 혼인·출산 등 여러 부처의 사업예산을 합산한 재정투자 규모다.
정부가 제시한 1인당 최대 혜택도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2027년생이 18세가 될 때까지 최대 1억4,057만 원, 34세까지는 최대 약 1억9,582만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지방우대지역에서 첫째로 태어나고 부모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경우를 가정해 모든 제도를 최대치로 합산한 결과다. 수도권 일반지역의 둘째라면 체감액은 크게 달라진다. 청년 1인당 2억 지급 이라는 식의 해석은 정확하지 않다. 정책을 평가할 때 숫자는 크게 말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할수록 신뢰를 얻는다.
주거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다리는 멈춘다. 청년의 현실에서 가장 무거운 문제는 주거다. 취업을 해도 월급의 상당 부분이 월세로 빠지면 저축의 여력이 사라지고, 결혼을 고려하는 순간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도 집이다.
이번 전략에서 청년월세 지원의 소득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60%에서 100%로 완화하고, 차상위 이하 청년의 지원기간을 24개월에서 48개월로 늘리며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중요한 변화다. 그러나 성패는 '얼마를 지원하느냐가 아니라 주거비 자체를 낮출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임대료가 계속 오르는 시장에서 보조금만 확대하면 공공지원이 임대료 상승을 따라잡는 구조, 즉 지원이 지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청년 주거정책은 지원금과 함께 공급 확대, 실제 생활권과 역세권의 주택, 공공임대의 질, 교통비 부담까지 한 묶음으로 다뤄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월세를 조금 덜 내는 삶'이 아니라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주거 안정이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 지원은 맞지만 조건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2027년부터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에게 소득과 무관하게 생애 한 차례 100만 원의 혼인지원금을 지급한다. 출산 가정에는 자녀 1명당 1천만 원, 출생순위와 지방우대지역 여부에 따라 최대 2천만 원의 아이맞이지원금을 연간 4회 분할 지급한다. 다만 이 제도는 2027년 7월 출생아부터 적용된다. 하루 차이로 수천만 원의 지원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벌써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기존 수당 체계를 통합한 아동기본수당도 신설된다. 012세 아동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되, 지방우대지역에서는 월 30만 원, 01세를 가정에서 양육하면 월 최대 6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방향은 필요한 지원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야 한다. 혼인지원금 100만 원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고, 출산지원금 2천만 원 때문에 아이를 낳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는 결혼 비용 100만 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집값과 전월세, 불안정한 고용, 높은 보육·교육비, 경력단절의 두려움, 미래 소득의 불확실성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은 지원금의 크기가 아니라 삶 전체의 예측 가능성이 결정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하기 전에, 아이를 낳아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선행 과제다.
고립된 청년에게도 사다리를, 이번 전략에서 주목할 또 하나는 고립·은둔청년과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지원 확대다. 생활권 가까운 곳에서 일상 회복과 관계 형성,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기관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문제는 돈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된 사람에게 처음부터 취업을 요구하는 것은 부러진 다리로 마라톤에 나가라는 것과 같다. 발견에서 관계 회복, 생활 회복, 교육 훈련, 일자리, 자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센터의 숫자가 아니라 연결의 성공률이 지표가 되어야 한다.
결국 중심은 일자리다. 모든 청년정책의 무게중심은 일자리에 있다. 정부는 첫경력 프로젝트를 6만 명 규모로 추진하고 중소·중견기업 채용장려금으로 첫 일자리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에서 나온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을 대신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규제 합리화, 신산업 진입장벽 완화, 산업현장의 수요와 연결된 직업교육, 그리고 AI와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첨단제조업처럼 성장이 예정된 산업에서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수료증이 아니라 시장이 가치를 인정하는 실력과 경력이다.

43조 원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이번 전략은 과거의 단편적 지원에서 한 단계 나아간 설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 세 가지를 증명해야 한다.
첫째, 43조3천억 원이 실제로 청년의 소득과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가. 둘째, 지원을 받는 청년과 받지 못하는 청년 사이에 생기는 새로운 형평성 문제 지역, 출생순위, 출생 시점의 단 하루 차이까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지원이 끝난 뒤에도 청년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가. 복지는 사람을 붙잡아 주는 손이어야 하지만, 그 손을 평생 잡고 살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원은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래야 복지가 투자로 바뀐다.
청년에게 힘내라, 도전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월급을 받아도 집을 구하기 어렵고, 취업을 해도 미래가 불안하며, 결혼하려 해도 주거비와 양육비가 두려운 청년에게 그 말은 너무 가볍다.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의지가 이기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 그 구조를 바꾸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놓고, 아이를 낳아도 경력이 끊기지 않게 하고, 부모의 자산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청년정책의 최종 목표는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지원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청년을 더 많이 만드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43조3천억 원은 거대한 숫자지만, 숫자 자체가 미래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 돈이 청년의 첫 일자리가 되고, 첫 집이 되고, 첫 저축이 되고, 결혼의 용기가 되고, 아이를 낳아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안전망이 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결국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하지 않다. 취업하고, 집을 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43조 원의 진짜 가치는 그 사회를 얼마나 앞당기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