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 : 현장스케치] 스크린으로 피어난 활자의 서정… 서초문화원, 포엠아트영화제 ‘씨네포엠’ 성료

[문화예술=코리아아트뉴스 이청강 기자] 지난 9월 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문화원에서 ‘제1회 포엠아트영화제 특별상영회 - 특별수요시네마 씨네포엠(Cine Poem)’이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행사는 시 문학을 영상과 음악의 복합 예술로 재해석한 시네포엠 작품들을 선보이고, 총연출을 맡은 한국시극협회 연홍식 감독과 원작 시인들이 관객들과 마주 앉아 창작의 고뇌와 감동을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GV)로 진행됐다.

스크린에 수놓인 8편의 서정… 상영작 및 원작 시인 라인업
이날 무대에서는 구이람(구명숙) 서초문화원장과 제28대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출마 예정자인 지은경 시인을 비롯해, 현대 시문학단을 지켜온 중견·원로 시인과 참신한 감각의 신인 시인들의 작품 총 8편이 스크린에 올랐다.
〈봄, 강물에 시를 묻다〉- 구이람 시인 (구명숙 서초문화원장)
〈사람아, 사랑아〉- 지은경 시인,〈블랙섀도우의 밤〉- 유수연 시인
〈오복이〉- 권숙희 시인,〈낡은 타이어〉- 변성옥 시인
〈K-달고나〉- 최민영 시인,〈한 평의 바다〉- 이명덕 시인
〈사야를 찾습니다〉- 김우현 시인
각 작품은 시어(詩語)가 품은 고유한 여백과 운율을 감각적인 영상 미학으로 직조해내며 객석에 깊은 서정적 울림을 전했다.
연홍식 감독 "텍스트 이면의 70% 비언어적 감성을 포착하는 작업"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홍식 감독은 문학과 영상 매체가 만나는 융합 예술로서의 씨네포엠 제작 철학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감성의 시각화
연 감독은 "인간의 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는 눈빛과 몸짓, 공기 같은 비언어적 영역에 있다"고 전제하며, "시(詩)라는 활자 텍스트 이면에 응축된 70%의 정서와 파동을 영상 언어(미장센, 음향, 색채)로 끄집어내 조각조각 꿰매는 것이 씨네포엠 연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창작의 산물
이어 "시인과 연출가가 한 편의 시를 놓고 서로의 해석을 벼리는 과정은 때로 치열하지만, 그 '아름다운 충돌'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예술적 결이 탄생한다"며 "작품 한 편당 5개월 이상의 장기 공정이 걸리지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와 온기를 나누는 데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객석 울린 작가들의 고백… "시, 스크린을 만나 대중 곁으로"
무대에 오른 시인들은 각 작품에 깃든 삶의 내력과 창작 비화를 털어놓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 지은경 시인 (〈사람아, 사랑아〉): "책 속에 머물던 시가 영상과 음악을 만나 대중에게 생생한 울림으로 다가가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며 "한국문인협회 시분과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도전 역시 우리 시문학이 안주하지 않고 대중과 더 가깝게 호흡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변성옥 시인 (〈낡은 타이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는 애절한 사부곡(思婦曲)의 배경을 전해 객석을 숙연하게 했다. 변 시인은 "네 바퀴 중 하나만 균형을 잃어도 차가 온전히 달리지 못하듯, 가족 한 사람의 부재가 삶 전체를 뒤흔드는 고통과 순환의 이치를 시에 담았다"고 회고했다.
• 김우현 시인 (〈사야를 찾습니다〉): 양평 전원주택에서 장승을 깎으며 품었던 서정을 이야기했다. "젊은 시절 가슴에 묻었던 애틋한 사랑의 기억을 '사야'라는 상징에 투영했다"며 "결국 그 절절한 그리움마저 자연의 일부로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달관의 과정을 그렸다"고 전했다.
문학과 뉴미디어의 결합… 지속 가능한 문화 운동으로의 확장
이날 상영회에는 문학평론가, 원로 문화예술인, 일반 시민 등 다양한 관객층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특히 객석에서는 AI 및 3D 영상 등 첨단 기술과 시문학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제언과 함께, 씨네포엠이 극장 상영에 그치지 않고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국 문인과 대중에게 퍼져나가는 '새로운 문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홍식 감독은 "100세 시대를 지나 인생의 반환점을 맞이하는 시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예술적 여정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이날의 대화를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