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 작가, ‘2026 화랑미술제’ 참여… 렌티큘러와 디지털 미학으로 동시대 시각예술의 새 지평 제시
올해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며, 전국 16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대형 아트페어로 열린다.

이번 화랑미술제에서 박형진 작가는 디지털 기술과 렌티큘러 매체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선보이며, 평면과 입체, 현실과 가상,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 미학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출품작은 디지털 프린팅과 렌티큘러 기술이 결합된 특유의 시각적 깊이와 상징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 이미지로 소개된 작품 ‘영혼의 치유(The Cure of Souls #2)’는 공중을 유영하는 물고기들과 투명한 유리 오브제, 정제된 공간 구성을 통해 비현실적이면서도 시적인 장면을 구현한다. 작품 속 물고기는 단순한 자연의 형상이 아니라, 현대 사회 속에서 구원과 자유, 영혼의 해방을 상징하는 존재로 제시된다. 익숙한 현실의 질서를 벗어난 이 초현실적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박형진 작가의 작업은 단지 시각적 효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디지털 문명과 기술 매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성과 인간의 지각 구조, 그리고 현대 사회의 진실과 가짜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렌티큘러의 광학적 특성과 3차원 그래픽 기술을 결합한 그의 작업은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방식으로 완성되며, 작품 감상 자체를 하나의 사건이자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다음은 손지연 미술학 박사의 박형진 작가에 대한 평론이다.
박형진 작가의 작업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통적 회화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문명이 잉태한 '제3의 공간'에 대한 탐구로 집약된다. 평면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미술사의 오랜 열망은 박형진의 손을 거쳐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며 발현된다.
실재(Reality)를 압도하는 가상의 층위는 박형진의 렌티큘러가 구축한 초월적 현상학이다. 평면의 반란, 디지털 마법이 창조한 ‘입체적 일루전’을 전통 회화가 원근법과 명암법을 통해 관객의 시각을 기만하는 ‘눈속임(Trompe-l'œil)’에 머물렀다면, 박형진의 작업은 이를 넘어선 ‘지각의 전이’를 실현한다.
그는 렌티큘러(Lenticular)라는 평면적 물성에 3차원 그래픽 기술을 수직적으로 중첩함으로써, 홀로그램보다 더 실재적인 깊이감을 구현해낸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착각이 아니라, 디지털 공학이 정밀하게 계산해낸 ‘과학적 산물로서의 가상공간’이다. 그의 프레임 안에서 평면은 더 이상 닫힌 공간이 아니라, 다층적인 레이어가 숨 쉬는 유동적 무대로 변모한다.
비현실의 자연과 인공의 기묘한 공존은 박형진의 도상학적 특징인 '불가능한 결합'에 있다. 물속에 있어야 할 물고기가 공중을 유영하고, 폐쇄된 '방'이라는 인위적 공간 안에 거대한 자연의 생명력이 소환된다. 이러한 초현실적 배치는 익숙한 시각 질서에 충격을 가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망각하게 만든다.
물고기는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구원받은 인간의 영혼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작품에 나오는 나비는 꽃을 쫓아야 마땅하지만, 가짜로 넘쳐나는 욕망을 쫓는다.
그에 반해 허공의 물고기는 구원받은 영혼을 상징한다. 자유로운 나비에 비해 물고기는 폐쇄적인 어항의 물속에 갇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는 누군가에게 관리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마치 우리 인간과 닮아있다.
어항에서 자유로워진 물고기는 절대자에게 구원받은 영혼을 의미한다. 이런 구원받은 영혼(물고기)은 나비처럼 허공을 날아다닌다. 이렇듯 박형진 작가는 숭고함을 예술로 승화하고 있다.
Restoration of Truth' <'진실의 회복'>현대 사회는 실재가 사라지고 기호와 이미지만이 넘쳐나는 세상,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시뮬라시옹에 의해 실재와 비실재, 진실과 허위의 모든 구분이 서로 함몰되고, 시뮬라시옹과 함께 재생산된 초과실재가 출현한다. 현대 사회의 미디어와 기술 예술의 융합에서 인터넷, 가상현실, AI 등은 시뮬라크르의 대표적 예시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문화·예술에서 시뮬라크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닌,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역동적인 개념으로 팝아트, 광고, 패션 등에서 활용된다. 박 작가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통해 진짜와 가짜의 현재 상황을 탐구하고 사유하며, 진정한 진짜를 쫓게 된다고 말한다.
금속성 질감의 인공물은 그의 미학을 지탱하는 핵심 기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차가운 금속의 피부는 ‘디지털 이미지의 상징적 외피’가 되어 비자연적이고 초월적인 풍경을 극대화한다. 이는 인간의 유기적 피부와 대비되는 ‘과학의 피부’로서 현대 미술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조형적 개별성을 획득한다.
지속(Durée)의 미학은 관객의 신체가 완성하는 '사건'으로 그의 작업은 앙리 베르그송의 '지속(Durée)' 개념을 시각화한다. 고정된 위치에서 감상하는 전통 예술과 달리, 박형진의 렌티큘러는 관객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동력으로 삼는다. 관객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미지는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상의 미학'은 인간 기억의 비영속성을 닮아 있다.
하나의 상이 선명해질 때 다른 상이 흐릿해지는 렌즈의 특성은 망각과 기억 사이의 잔상을 포착해내며, 작품을 고정된 객체가 아닌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현상학적 사건’으로 격상시킨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아날로그적 서정의 결합은 결국 박형진의 작업은 기술적 성취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그는 렌티큘러라는 광학적 매체를 통해 디지털의 정교함과 아날로그적 서정성을 유연하게 결합한다. 30여 장 이상의 렌티큘러 층위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공간감은 평면 회화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새로운 조형 세계의 도래를 선언한다.
그의 프레임 안에서 우리는 진짜와 가짜, 진실과 허구의 이분법적 사고를 멈추게 된다. 박형진은 현대 미술의 문법을 재해석하여,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매체 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이고 있다.
"그의 작업은 평면 위에 입체적 이미지를 추구해온 회화의 입장에서 보면 충격 그 자체다. 그것은 착시가 아니라, 마치 현실이 직접 다가오는 듯한 '조형의 마술'이기 때문이다.”
- 손지연 미술학 박사 평론 -

박형진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산업·프로덕트디자인을 전공했으며,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애니메이션 석사과정을 거쳐 영상미디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러한 학문적 기반 위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표현기법을 연구해왔으며, 디지털아트와 미디어아트, 렌티큘러와 미디어아트를 융합한 작업, 그리고 아트 앤 테크놀로지(Art+Technology) 기반의 인터랙션 미디어아트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는 국내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뿐 아니라 독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전시를 이어왔으며, 다수의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동숭아트센터, 대구은행 본사 등을 비롯해 미국, 독일,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 U.A.E) 등 해외 미술관 및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다. 또한 2025 APEC 정상회의 공식 지정 코스인 ‘2025 국가유산미디어아트 경주대릉원’ 총감독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계명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형진 작가는 이번 화랑미술제를 통해 기술과 예술, 조형과 철학, 시각과 사유가 결합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대중과 미술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킬 전망이다. 한국화랑협회 50주년이라는 상징적 해를 맞아 열리는 이번 ‘2026 화랑미술제’에서 박형진 작가의 참여는 디지털 기반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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