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독서, 더 넓고 더 깊게—2024년 독서문화 통계로 본 새로운 독서 경향 : 독서율 88% ??
대한출판문화협회 산하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독서문화 통계』는 한국인의 독서 행위를 새롭게 조명한다. 기존의 독서율 조사에서 배제되었던 웹툰, 웹소설, 잡지, 학술지 논문 등 다양한 출판 콘텐츠를 포함함으로써, 독서의 개념을 확장하고 현실적인 독서 문화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독서율 87.8%—숫자보다 중요한 건 ‘정의’의 변화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중 출판 콘텐츠를 읽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87.8%로 전년 대비 2.4%p 상승했다. 종이책 독서율은 80.4%로 가장 높았고, 웹툰(41.4%), 전자책(37.5%), 잡지·웹진(34.9%)이 뒤를 이었다. 특히 웹소설과 웹툰의 이용률은 주 1회 이상 기준으로 각각 50%와 66.4%를 기록하며, 디지털 기반 콘텐츠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수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출협의 조사에서는 교과서, 수험서, 출판만화 등도 독서 콘텐츠로 포함되며, 완독 여부와 관계없이 독서 경험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기존의 ‘책=문자 중심의 종이책’이라는 협소한 정의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다양한 독서 행위를 포괄하려는 시도다.

독서에 대한 인식과 실제의 괴리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들이 자신의 독서시간과 독서량이 줄었다고 느끼는 반면, 실제 조사 결과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독서에 대한 부채감이나 자기 기대치와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플랫폼 시청 시간이 독서 시간보다 2.8~3배 길다는 점도, 현대인의 콘텐츠 소비가 시각·청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서의 목적은 ‘교양’과 ‘재미’, 방해 요인은 ‘시간 부족’
독서 목적 1순위는 ‘교양을 쌓기 위해서’(26.5%)였으며, ‘재미’(17.9%), ‘전문 지식 습득’(16.5%), ‘마음의 위안’(15.8%)이 뒤를 이었다. 반면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업무/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른 여가 활동’과 ‘다른 콘텐츠 이용’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도서관 이용과 공공대출보상제도에 대한 인식
도서관 이용 경험자는 55.4%였으며, 이용 목적은 ‘도서 대출 및 열람’이 가장 많았다. 공공대출보상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지만,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63.3%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도서관 이용이 도서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출판 콘텐츠 소비의 다변화, 정책도 달라져야
이번 통계는 단순한 독서율 수치를 넘어, 출판 콘텐츠 소비의 다변화와 독서 행위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웹 기반 콘텐츠의 강세와 종이책의 지속적인 역할, 독서에 대한 인식과 실제의 괴리 등은 향후 독서문화 진흥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책은 여전히 지적 성장과 사회 발전의 핵심 도구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종이책과 다양한 출판 콘텐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며, 독서의 정의와 방식에 대한 열린 시각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