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71] 김종관의 "불통 시대"
불통 시대
김종관
차가 와도
뒤에서 자전거 벨 소리가 울려도
휴대폰만 보고 간다
이어폰만 듣고 간다
나만의 세상에 갇혀
나만 보고 듣는 것이
따로 있다
아버지도 선거 때면
자식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젓가락 두 개로 반찬을 골라 드신다
—『우린 흐림에서 만나 맑음에서 헤어졌다』(상상인, 2025)

[해설]
큰일났다 세대차
지하철 승객의 90%는 스마트폰을 들고서 들여다보고 있다. 운전을 못 배워 어딜 가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는데,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기란 가뭄에 콩 싹이 나는 것을 보기처럼 드문 일이다. 나도 열에 아홉 번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한 번은 책을 들고 있다. 신기종이 계속 나오고 있는 스마트폰의 세계 속에서 사람도 변화무쌍하게 살아야 하거늘, 옛것에는 관심이 없다. 책을 넘기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구시대의 사람 같다.
요즈음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말을 하면서 걷는 사람도 꽤 많이 본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서 타인과 대화하면서 걷는 것은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한 보행이다. 시인은 이런 현상을 “나만의 세상에 갇혀/ 나만 보고 듣는 것이/ 따로 있다”고 표현하였다. 마지막 연이 의미심장하다. 과거에는 아버지가 여당을, 아들이 야당을 찍는 경우가 많다. “젓가락 두 개로 반찬을 골라 드신다”는 은유적인 표현인데, 일본인들은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아버지는 고집을 피우고 있다. 절대 안 변한다는 뜻일까.
세대의 의식은 보통 10년 주기로 바뀌어 왔는데 요즈음에는 변화가 너무나 빠르다.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잘 이뤄지는 집이 몇 집이나 될까. 교사와 학생, 교수와 학생,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과 지역구 주민들 사이에 대화가 잘 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내가 가슴을 열 수밖에 없다.
[김종관 시인]
전남 강진 출생. 서울신학대학교, Life University, 총회신학대학원, 성결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16년 《시에》로 등단. 2022년 시집 『부부 시계』2025년『우린 흐림에서 만나 맑음에서 헤어졌다』가 있음.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