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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만화로 읽는 시조 19] 지성찬의 "새에 대하여"

류우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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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_ 지성찬 시인  ㅣ 만화 _ 류우강 기자

새에 대하여 

지성찬 

하늘을 내 집처럼
신나게 날아 다녔다

꽃도 있고 물도 있는 
집에도 가봤지만 

황혼에 쉬어갈 자리 
나무 가지 하나였다

—『대화동 일기』(문학공원, 2009) 


지성찬 시조 「새에 대하여」 — 자유와 고독, 그리고 삶의 귀환

- 류안 시인


지성찬 시인의 시조 「새에 대하여」는 단시조라는  짧은 형식 속에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새의 비행을 통해 인간이 꿈꾸는 자유와 그 자유가 결국 맞닥뜨리는 고독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초장에서 “하늘을 내 집처럼 / 신나게 날아 다녔다”는 새의 활기찬 비상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인간이 젊음과 이상 속에서 느끼는 무한한 가능성과 해방의 환희를 상징한다. 하늘은 무한한 공간이자 자유의 은유이며, 새는 그 속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곧 “꽃도 있고 물도 있는 / 집에도 가봤지만”이라는 중장이 이어진다. 이는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의 공간을 찾아다닌 경험을 의미한다. 인간 역시 물질적 풍요와 아름다움 속에서 안식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쉼터가 될 수 없음을 시인은 암시한다. 겉모습의 풍요는 마음의 평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종장의 “황혼에 쉬어갈 자리 / 나무 가지 하나였다”는 작품의 정점이다. 하루의 끝, 인생의 황혼에 이르러 새가 머무는 곳은 단순한 나무 가지 하나뿐이다. 이는 삶의 여정 끝에 우리가 마주하는 본질적 고독과 마음의 안식처를 상징한다. 화려한 집도, 풍요로운 공간도 아닌, 오직 자연 속의 작은 가지가 진정한 쉼터가 된다.


지성찬은 이 시조를 통해 인간 존재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젊음의 자유, 중년의 탐색, 그리고 노년의 고요한 귀환이 세 구절 속에 응축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자연시가 아니라, 삶의 순환과 본질적 성찰을 담은 철학적 시조라 할 수 있다.


문학적으로 이 작품은 전통 시조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대적 사유를 담아낸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간결한 언어와 정제된 구조 속에 깊은 메시지를 담아내며, 독자에게는 짧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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