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우 작가, 뱅크아트페어서 ‘기억의 회로’ 선보인다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해 온 윤장우(Changwoo Yoon) 작가가 뱅크아트페어에 아트힐예술기획 소속 작가로 참가해 대표 연작 〈기억의 회로〉를 선보인다.
아트힐예술기획은 이번 뱅크아트페어에서 작품성과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갖춘 22명의 작가를 선별해 대규모 전시를 구성한다. 1관 1-9 부스에 마련되는 D+형 약 36m 규모의 초대형 부스를 통해 회화와 조형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 가운데 윤장우 작가는 인공지능 연구자의 시각과 화가의 감각을 결합한 독특한 작품세계로 관람객을 만난다.
그가 이번 아트페어에서 보여주는 〈기억의 회로〉 연작은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며, 사라지고 다시 재구성되는지를 추상회화의 언어로 탐구한 작품이다.
뇌 속 보이지 않는 ‘기억의 회로’를 그리다
윤장우가 주목하는 것은 과거의 특정 장면이나 개인적인 추억 자체가 아니다. 그의 작업은 “기억은 뇌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의 뇌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뉴런 사이에서 전기화학적 신호가 오가고 시냅스 연결의 강도가 변화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특정한 신경 경로가 형성된다.
윤장우는 이처럼 활성화될 가능성을 가진 신경적 패턴, 즉 ‘기억의 회로(memory circuit)’를 회화적 상상력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대표작 〈기억의 기원 Origin of Memory〉을 비롯한 연작들은 인간의 뇌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거나 신경망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보이지 않는 기억의 생성 원리를 원과 선, 점, 색면이라는 조형언어로 변환한다.
기억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들어진다
〈기억의 회로〉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는 기억의 ‘재구성’이다.
작가에게 기억은 한 번 저장된 뒤 그대로 보존되는 기록물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과 감정, 현재의 상황에 따라 반복해서 불려 나오고 다시 쓰이는 살아 있는 인지 과정이다. 작가는 이러한 특성을 화면 위에 다양한 색과 조형요소가 생성되고 연결되며 흩어지고 다시 결합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연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붉은 원은 감정의 발화와 시냅스의 활성을 상징한다. 선은 신경 연결망의 흐름을 떠올리게 하고, 화면 곳곳에 배치된 점은 정보의 단위이자 기억이 남긴 흔적을 암시한다. 서로 독립되어 보이던 원과 선, 점들은 화면 속에서 연결되고 충돌하며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을 형성한다.
윤장우의 작품에서 이러한 조형요소는 뇌의 구조를 묘사하기 위한 과학적 도해가 아니다. 과학에서 발견한 개념을 회화의 원리로 바꾸는 과정에서 탄생한 독자적인 시각언어다.
‘활성’에서 ‘흐름’까지…기억의 생애를 따라가다
개별 작품의 제목을 따라가면 〈기억의 회로〉가 지닌 서사 구조를 더욱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활성 Activation〉, 〈축적 Accumulation〉, 〈파장 Frequency〉, 〈재구성 Reconstruction〉, 〈망각 Forget〉, 〈지각 Perception〉, 〈잔광 Afterglow〉, 〈의식 Consciousness〉, 〈순환 Recurrence〉, 〈발화 Discharge〉, 〈흐름 Flow〉으로 작품이 이어진다.

기억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활성되고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축적된 기억은 파장처럼 퍼져나가 기존의 경험과 만나면서 새롭게 재구성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기억은 사라지고, 어떤 기억은 미세한 흔적으로 남는다.

남겨진 기억의 흔적은 인간의 지각과 판단에 영향을 주고, 때로는 잔광처럼 의식 속에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과 만나 또 다른 기억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된 추상회화이면서 동시에 기억의 생성과 축적, 변형과 소멸, 재생과 순환을 연결하는 하나의 시각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인공지능,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 넘어 ‘사유의 도구’로
윤장우의 작업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에게 인공지능은 단순히 이미지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이 아니다.
작가는 딥러닝이 수많은 데이터에서 특징을 찾아내고 패턴을 추출하며 이를 압축하고 일반화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러한 원리를 인간의 뇌가 감각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억하며 판단하는 방식과 연결해 작품을 구상하는 개념적 도구로 활용한다.
작업은 ‘신경 회로의 추상화 → 시각적 구조화 → 감각적 재구성’의 과정을 거친다.
인공지능의 계산적 논리와 인간의 감각적·미학적 직관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회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AI가 인간 예술가를 대신해 작품을 생산한다는 접근과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인공지능과 뇌과학에서 발견한 원리를 인간의 인식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질문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윤장우 작업의 특징이 드러난다.
“본다는 것은 눈의 작용인가, 뇌의 작용인가”
윤장우의 관심은 기억을 넘어 인간의 ‘인식’ 자체로 확장된다.
“본다는 것은 과연 눈의 작용인가, 아니면 뇌의 작용인가.”
눈으로 들어온 영상은 그 자체로 세계가 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시각정보를 기억과 경험, 감정, 판단과 결합해 하나의 세계로 해석한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장우는 눈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조형요소와 인간의 뇌 속에 축적된 기억·감정·경험이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공명’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한다. 따라서 〈기억의 회로〉는 뇌를 그린 그림도 아니며 신경망을 설명하는 과학 그림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인지과정을 회화의 감각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관람자가 화면 속 붉은 원과 선, 점과 색면을 바라보며 각 요소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연결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순간, 작품 속 ‘기억의 회로’는 다시 관람자의 뇌 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서 만나는 ‘인지적 추상회화’
윤장우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개념을 단순히 작품의 소재로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학적 개념 자체를 회화의 조형원리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회화는 외부 세계를 재현하는 공간에서 인간의 뇌가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하는 방식을 탐색하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특히 연작의 〈흐름 Flow〉은 이러한 작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억은 과거에 고정돼 있는 흔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경험과 감각에 의해 계속해서 수정되고 다시 쓰인다. 윤장우에게 기억은 완결된 기록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과정이며, 그의 회화 역시 완결된 이미지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지의 흐름에 가깝다.
“기억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작가는 이 질문에 하나의 문장으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붉은 원과 선, 점과 색면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회로’를 관람자 앞에 펼쳐놓는다.
그리고 관람자가 작품을 바라보고 각 요소 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는 순간, 그림은 기억을 표현한 대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관람자 자신의 ‘기억하는 행위’를 촉발하는 장치가 된다.
이번 뱅크아트페어에서 아트힐예술기획이 선보이는 윤장우의 작품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기억과 인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학자의 분석적 시선과 예술가의 직관적 감각이 교차하는 화면을 통해 관람객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기억의 흐름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 소개 | 윤장우 Changwoo Yoon

윤장우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인공지능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 개인전 〈의식의 흐름〉, 2021년 〈원초적 감성〉, 2020년 CICA NMAC 개인전, 2019년 〈조형적 공명 II〉 등을 개최했으며, 2022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시티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25년 개인전 〈기억의 표상 The Neural Aesthetics of Memory〉에서는 그동안 이어온 뇌과학과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를 인간의 ‘기억’이라는 인식작용으로 확장해 과학과 예술을 연결하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뱅크아트페어 아트힐예술기획 부스
참여기획 : 아트힐예술기획
대표 : 남기희
참여작가 : 작품성과 독창성을 중심으로 선별한 22명
부스 : 1관 1-9
규모 : 1관 D+형 약 36m 초대형 부스
주요 전시 : 회화 및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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