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Art/TV-KAN
만화

[만화로 읽는 시조 17 ] 채송화 _ 문희숙

류우강 기자
입력
채송화 : 문희숙 시인 [ 만화 : 류우강]

채송화

문희숙


뿌린 대로 낮은 데
가만히 피어나서


두런대는 꽃들 아래 
배경처럼 앉은 꽃


햇살도 놓치고 가는 
홑겹 치마 막내딸 
 

「조용히 피어나는 존재의 아름다움」 - 채송화

화려한 꽃들이 경쟁하듯 피어나는 정원 한가운데,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채송화 한 송이. 문희숙 시인의 시조 「채송화」는 그 작은 꽃을 통해 세상의 중심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조의 초장에서 “뿌린 대로 낮은 데 / 가만히 피어나서”는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 흙바닥으로 내려가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높은 곳을 향한 욕망 대신,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겸손함과 고요함이 이 시의 핵심 정서다.


중장에서 “두런대는 꽃들 아래 / 배경처럼 앉은 꽃”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여기서 채송화는 말 그대로 배경처럼 앉아 있는 존재다. 다른 꽃들이 수다를 떨며 주목받는 사이, 채송화는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마치 가족 모임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막내딸처럼.


종장에서 “햇살도 놓치고 가는 / 홑겹 치마 막내딸”은 이 시의 감정선을 완성한다. 햇살조차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 시인은 채송화를 홑겹 치마 입은 막내딸에 비유한다. 주목받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로 사랑스러운 채송화. 세상의 눈길이 닿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존재의 가치를 말한다.


문희숙 시인의 「채송화」는 단순한 꽃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조용한 아름다움을 꺼내 보여준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왠지 오늘은 조용히 피어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눈길을 건네고 싶어진다. (글 : 류안 시인)

share-band
밴드
URL복사
#문희숙#시조와만화#만화와시조#코리아트뉴스기획#코리아아트뉴스만화#문희숙시인#시조읽기#시조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