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임의 시조 읽기 54】 고성기의 "섬은 왜 짤까"
섬은 왜 짤까
고성기
파도와 맞서 싸운
당신은 섬입니다
그 섬이 나를 낳았으니
나 또한 섬입니다
나 역시
섬을 낳아서
섬끼리 모여 삽니다
섬은 늘 뭍을 보고
파도는 가로막습니다
발끝까지 짠 것이
이유가 있는 게지요
그래서
마르지 않아도
그리움은 짠 것이지요
-《 제주시조》 (2025. 제34호)

우리는 누구로부터 태어났을까. 파도와 맞서 싸우던 섬에서, 물러서지 않던 바위에서, 깎이고 부서지면서도 제 자리를 지키던 침묵에서 우리는 태어났을 것이다.
“파도와 맞서 싸운/당신은 섬입니다” 섬은 고립이 아니라 저항의 형상이다. 파도에 깎이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외로움을 감내하는 단단함일 것이다.
“그 섬이 나를 낳았으니/나 또한 섬입니다” 관계가 전환된다. 섬은 단절의 대상이 아니라 계보가 되고 존재의 근원이 된다. 화자는 당신의 고립과 저항에서 태어난, 나 또한 고립이 된다고 한다.여기에서 운명이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섬끼리 모여 삽니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섬은 본래 떨어져 있는 존재인데 그 섬들이 모여 산다고 말하는 순간, 고립이 연대가 된다.
둘째 수에서는 ‘짠’감각에 도달한다.
“섬은 늘 뭍을 보고/파도는 가로막습니다/발끝까지 짠 것이/이유가 있는 게지요” 짠맛은 바다의 소금기이자 삶의 쓸쓸함이고 눈물의 염도다. 발끝까지 짜다는 것은 존재 자체가 바다에 잠겨 있는 것처럼 삶이 녹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르지 않아도/그리움은 짠 것이지요” 조용히 아픈 문장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리움은 본질적으로 소금기를 품고 있다. 울음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울음의 의미를 독자의 마음으로 옮겨가게 한다.
「섬은 왜 짤까」 섬은 단절의 대상이면서 관계의 은유이고 살아있다는 증거다. 이 시의 중심 은유인 ‘섬’은 고정되지 않으면서 저항의 존재, 고립된 자아, 계보의 근원, 연대의 단위로 하나의 이미지가 여러 층위를 품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큰 미학이다. 뿐만 아니라 ‘짠’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바다의 염도, 눈물의 염도, 상처의 염도, 살아 있음의 추상적 감정인 그리움을, 구체적 감각인 짠맛의 염도로 치환하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나무는 여름을 나는 법과 겨울을 나는 법이 다르다.여름에 생긴 나이테는 간격이 느슨하고, 겨울의 나이테는 촘촘하다.우리의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짠’ 정도에 따라 주름도 표정도 마음도 달라진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삶을 받아들인 자세일 것이다.오늘 내 곁에 머문 이를 유심히 바라보라. 어떤 짠맛으로 삶을 받아내고 있는지.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2025년 제1회 소해시조창작지원금 수상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읽는 마음이 있어 쓰는 마음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한 줄 한 줄 건너와 주신 시간 그 조용한 동행이 제게는 큰 힘이 되어 창작 활동에 전념하려고 합니다.그동안 "강영임의 시조 읽기"를 사랑하고 읽어주신 독자 분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