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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62] 김성춘의 "사족 1一詩"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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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一詩

 

김성춘

 

친구야 앙 그렇나 이 광기의 시절에 알량한 서정시 나부랭이 쓴다고 누가 알아주나 돈이 되나 밥이 되나 시인이라고 폼 잡지 말고 꿈깨라 앙카나 목에 힘주지 말고 우짜던동 잘 놀아야제 앙 그렇나

 

요는, 사물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본다는 거, 이게 중요항거 아잉가베 놀라운 눈으로! 그런데 말이 쉽지 이게 참 어려운 기라 나도 마찬가지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이 없는데 무슨 감동이 오것노 시란 참 묘한 놈 아이가 공자님께서도 일찌기 시를 사무사思無邪라 안캤나 무엇보다 진실을 노래해야지 진실은 아름답다카이

 

시인 스스로 가슴 뭉클하게 느끼지 않는데 어떤 독자가 가슴 뭉클하게 느끼겠노 한 줌의 위로도 주지 않는 망할 놈의 시, 그래도 가슴 한구석 울리는 망할 놈의 시 한 편 남기겠다고 밤새 머리를 쥐어뜯는 친구야, 이 광기의 시절에 단디 잘해라이!

 

―『새가 울고 갔다』(시와반시, 2026) 

  "사족 1一詩" _ 김성춘 시인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김성춘 선생님께

 

  보내주신 시집을 봉투에서 꺼내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지금 나이가 팔 학년 하고도 삼 반이다.”(「강아지풀」)라고 썼고 표21942년 출생이라고 밝혔습니다. 2026년 올해 신정도 구정도 다 지났으니  팔 학년 사 반 학생이 되었네요. 1974년에 등단했으니 50년 넘게 시를 써오셨습니다. 부제를 로 한 「사족 1」은 선생님의 시론이 아닌가 합니다. “이 광기의 시절에 알량한 서정시 나부랭이나 써왔지만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고 돈도 밥도 안 됐다고요.

 

  50년 넘게 한 우물을 파왔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이 없는데 무슨 감동이 오것노하면서 자책하고 계십니다. 문득 동양 최초의 시론 詩三百一言以蔽之曰思無邪중에서 끝 세 글자 思無邪를 상기하곤 무엇보다 진실을 노래해야지하고 다시금 다짐합니다. 이 열두 글자는 이런 뜻이지요. 『시경(詩經)』의 시 300편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으니, ‘생각에 사특함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생각에서 요사스럽고 간사한 것이 사라지니 평온과 선한 마음이 깃든다는 뜻이지요.

 

  “그래도 가슴 한구석 울리는 망할 놈의 시 한 편 남기겠다고 밤새 머리를 쥐어뜯는 친구는 벗이 아니라 선생님 자신이 아닐까요? “이 광기의 시절에 단디 잘해라이!”는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하자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그 연세에 그 시력(詩歷)에 이렇게 다짐하고 계신데, 저는 마냥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사족 2」의 요새 시가 당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말을 너무 비틀어 난감할 때가 만타카이” “지금 자네 곁에 詩가 와 있는지 없는지 몰따 괜히 씰데없이 허공에 못 박는 소리 하지 말고 우짜든지 단디 해라이!”라는 구절은 자성록이 아니라 한참 후학인 저를 향한 꾸지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경주에서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렸던 시절에 해마다 선생님을 행사장에서 뵈었지만 따로 만나 가르침을 받지 못했는데 이 시를 읽고 저는 독자 곁에 다가가 있는 시를 쓰고, 쓸데없이 허공에 못 박는 소리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김성춘 선생님! 고맙습니다. 언제 한번 경주로 찾아가 뵙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김성춘 시인]

 

1942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사범학교와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 43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울산 무룡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을 했다. 1974년 《심상》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울산문학상, 월간문학 동리상, 경상남도 문화상 문학 부문, 바움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경주지회장을 역임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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