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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정현구 지휘자의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 지휘봉이 가르쳐 준 경영의 철학

류우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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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모든 소리는 지휘자로부터 시작된다.”


40년 무대 경험을 경영의 언어로 직조한 대한민국 명인 정현구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을 통해 음악과 조직의 본질을 하나의 악보로 엮어냈다
 

2026년 4월, 도서출판 솔과학에서  정현구 지휘자의 신간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이 출간됐다. 40년간 무대 위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오케스트라를 “구조를 읽고 설계하는 일의 원형”으로 바라본다. 지휘자가 악보 없이 전체의 소리를 들으며 균형을 잡듯, 탁월한 경영자는 데이터 너머의 하모니를 감지해야 한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다. 음악과 경영의 경계를 허무는 철학적 에세이로, 피터 드러커의 냉철한 경영 이론을 오케스트라라는 살아있는 메타포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무대 위 ‘조율(Tuning)’의 시간에서 기업의 ‘전략 정렬’을 배우고, 지휘자의 묵직한 ‘침묵’에서 가장 강력한 ‘지시’의 기술을 발견하며, ‘레퍼토리 선택’에서 경영 전략의 본질을 읽어낸다.

 

음악으로 읽는 경영의 언어


정현구 지휘자는 “지휘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소리는 지휘자로부터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경영의 본질을 음악의 언어로 옮겨놓은 듯하다. 위대한 리더는 구성원들을 움직이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싶게 만든다. 그 순간 조직은 살아있는 오케스트라처럼 스스로 흐르기 시작한다.
 

책은 다섯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악보를 쓰는 것에서 시작해 커튼콜로 끝나듯, 이 책도 전략의 설계에서 시작해 브랜드의 지속성으로 마무리된다. 각 막은 오케스트라의 언어로 열리고 경영의 언어로 닫히며, 독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통찰을 제공한다. 입문자, 창업자, 관리자, CEO 등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본문을 다르게 읽게 되는 구조다.


특히 ‘인터미션’에서는 CEO를 위한 고독의 시간을 다룬다. 화려한 공연 뒤에 혼자 남겨지는 순간,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에 총보를 읽는 시간, 그리고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그 고독을 경영의 언어로 풀어내며, 리더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음악과 경영, 서로를 비추는 거울
 

저자는 음악을 경영의 비유로 사용하는 것이 음악을 도구로 격하시키는 일은 아니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는 곧 깨달았다. “음악과 경영은 서로를 격하시키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언어로 경영을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경영의 언어로 음악을 보면 무대 위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치밀한 준비 위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책 속의 모든 음악적 에피소드는 실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며, 저자의 경험 또한 정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가 지휘봉을 들고 포디움 위에 섰던 수많은 순간들—단원들의 숨결, 관객의 침묵, 그리고 악보 너머의 긴장감—이 경영의 현장과 겹쳐지며 독자에게 생생한 울림을 전한다.

 

리더를 위한 악보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은 리더에게 말한다.
 

“당신은 이미 오케스트라 안에 있다. 다만 그것이 오케스트라인 줄 몰랐을 뿐이다.”


조직이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아직 리허설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충분히 함께 틀리고, 함께 교정하며, 서로의 소리를 들어가는 과정이 쌓이면 어느 순간 음악이 스스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 순간을 향해 지금 리허설하고 있는 모든 리더에게, 저자는 이 책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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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구 지휘자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정현구 지휘자는 지휘봉을 든 40여 년, 무대 위에서 경영을 배웠다. 대한민국 명인(지휘)이자 작곡가·음악감독으로, 구리클래시컬플레이어즈를 비롯해 하슬라오케스트라·광복회오케스트라·한국스포츠심포니 등 다수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왔다. 한국 최초 컴퓨터 음악 1세대 개척자로서 1980년대부터 디지털 사운드와 MIDI 오케스트레이션의 지평을 열었으며, 영화·연극·방송을 넘나들며 수십 편의 작·편곡을 남겼다. 학문적으로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스위스 바젤에서 유럽의 음악언어를 배웠고, 캘리포니아빅터유니버시티 MBA와 Coursera AI 전문가 과정을 통해 경영 전략과 인공지능을 자신의 언어로 흡수했다. 이후 기업 전략기획본부장·CSO를 역임하며 경영 현장을 직접 누볐고, Maestro Nexus Lab 대표로서 중소기업·스타트업 대상 AI 경영 전략 컨설팅을 이끌고 있다.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은 음악의 언어로 쓰였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에도 울리는 하모니처럼, 이 책은 리더십의 본질을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긴다. 이제 당신만의 교향곡을 시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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