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의 그림이야기 40] 그녀의 우물에서 진실이 드러나다 _ 장 레옹 제롬

그리스 신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진실(The Truth)’이 ‘거짓(The lie)’을 만났다. ‘거짓’이 ‘진실’에게 ”오늘 날씨가 정말 좋군요!” 하기에 ‘진실’은 의구심을 품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그러했다. 이후 그들은 오랫동안 같이 시간을 보내며 지내던 중 한 우물에 도착했다. ‘거짓’이 ‘진실’에게 “물이 너무 깨끗해요 함께 목욕해요”라고 했고 ‘거짓’을 완전히 믿고 있던 ‘진실’은 함께 옷을 벗고 우물로 들어갔다. 그런데 ‘거짓’이 갑자기 우물 밖으로 뛰쳐나와 ‘진실’의 옷을 입고 달아나 버렸다. ‘진실’은 우물에서 나와 옷을 찾아 ‘거짓’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세상(The world) 은 ‘진실’을 동정하기는커녕 아무것도 입지 않은 ‘진실’의 벗은 옷을 보자 그만 시선을 돌리며 외면했다. ‘진실’은 부끄러움과 슬픔 그리고 수치심으로 몸을 떨며 우물 속으로 들어간 후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 작품은 장 레옹 제롬의 ‘우물 밖으로 나오는 진실‘ 그림은 이러한 신화를 묘사한 그림 중 하나이다. 제롬은 생애 마지막 10년이었던 1890년대 중반부터 최소 네 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이 그림들은 진리를 나체의 여성으로 의인화한 것으로, 우물에 던져지거나, 우물 바닥에 있거나, 우물에서 나오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제롬은 말년에 막 출현한 사진에 매료되었었다. 당시 화가들은 사진이 자시들의 밥그릇을 위협한다고 두려워했지만 제롬은 오히려 사진이 사실주의, 즉 사진의 진실이 예술가의 진실과 맞닿아 있다고 보았다. 그는 동료에게 "사진은 예술이라네 예술가들은 우리의 낡은 재료를 버리게 만들고, 우리의 낡은 습관을 폐기하게 만들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눈을 열어주었지. 사진 덕분에 마침내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네 아. 이제 그녀는 다시 되돌아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롬은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진리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진리는 우물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진리는 심연 속에 있기 때문이다."라는 격언에서 이미지를 창안해냈다. 모델의 나체는 "벌거벗은 진실(la vérité nue)"이라는 표현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화가이자 조각가였던 제롬은 사실적 표현 기법 연구에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각광받던 인상주의 화풍에 자신의 밥그릇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며 불평과 불만이 많았다. 그리스 신화의 거짓과 같이 당시의 인상주의를 사실과 관계없는 허구적이고 진실과 맞닿아 있지 않은 단지 감각적인 것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했다. 이 그림, '그녀의 우물에서 진실이 드러나다'는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로서 인상주의 작품에 맞서 있는 그대로의 그림, 사실적 표현을 강조하는 그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