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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17] “좋은 그림이란 무엇인가 – 정택영의 산에서 찾은 답”
미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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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17] “좋은 그림이란 무엇인가 – 정택영의 산에서 찾은 답”

류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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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영 화백의 「빛으로부터 – 산」 시리즈


정택영 화백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이 2011년이었다. 그 이후로 그의 예술 세계를 꾸준히 지켜보아왔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시리즈를 발표해온 그는, 풍경과 인물, 추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과 형식을 구축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한 「빛으로부터 – 산 From the Light – Blue Mountains」 시리즈는 그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산을 주제로 한 추상화지만,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다. 이 시리즈는 빛을 통해 산의 본질을 탐색하는 깊은 사유의 결과물이다.

유영국 화백의 산과 다른 추상세계를 열다 

한국 추상 회화에서 ‘산’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작가로 유영국 화백을 떠올릴 수 있다. 유영국의 산은 구조적이고 정제된 형태를 지닌다. 선과 면이 명확하게 구분되며, 산은 마치 조각처럼 화면 위에 단단히 자리 잡는다. 그의 산은 고요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다. 색은 절제되어 있고, 형태는 안정적이다. 유영국의 산은 자연을 넘어선 형식의 탐구였다.

반면 정택영의 산은 빛과 감각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형태는 고정되지 않고, 색은 자유롭게 흘러간다. 그의 산은 빛이 머무는 순간을 기록한 흔적이다. 정제된 구조 대신, 감각의 결이 화면을 채운다. 유영국이 산을 ‘형태’로 보았다면, 정택영은 산을 ‘현상’으로 본다. 그 차이는 곧 예술적 시선의 차이이며, 시대와 감성의 차이이기도 하다.
 

정택영  ㅣ From the Light- Blue Mountains-3, 53 x 45.5 cm, acrylic on canvas, 2025The mountain is like a mother's chest that embraces us.산을 우리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가슴이다 - 정택영


빛의 흐름을 따라 산을 느끼다 - 「빛으로부터 – 산 3」 

「빛으로부터 – 산 3」 이 작품은 핑크, 퍼플, 블루, 옐로우 등 밝고 강렬한 색이 화면을 가로지른다. 대각선의 붓 터치가 빛의 흐름을 표현하며, 산의 능선을 따라 감정이 흘러간다. 화면은 정적인 풍경이 아니라, 움직이는 감각이다. 색은 서로 부딪히고, 겹치며, 빛이 산을 스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작품은 새벽의 산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 어둠이 남아 있지만, 빛이 서서히 산을 깨우는 시간. 그 시간의 감정이 화면 위에 펼쳐진다. 붓 터치는 거칠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다. 그것은 산이 가진 이중성이다. 견고함과 유연함, 침묵과 속삭임이 동시에 존재한다.
 

정택영  ㅣ From the Light- Blue Mountains-4, 116.7 x 91 cm, acrylic on canvas, 2025The mountain is not silent. A grand orchestra of all kinds of life unfolds within it.산은 말없이 침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 온갖 생명들의 대 오케스트라가 펼쳐지고 있다. - 정택영

구조와 감각의 깊이 -  「빛으로부터 – 산 4」

「빛으로부터 – 산 4」이 작품은 블루와 그린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검은 곡선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구조적 긴장감을 더한다. 색의 층이 쌓이며 깊은 공간감과 산의 중첩된 지형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정오의 산을 떠올리게 한다. 빛이 강하고, 그림자가 짙다. 산은 선명하고, 그 안의 구조는 복잡하다.

검은 선은 산의 골격처럼 보인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산의 내면을 드러내는 선이다. 색은 그 위에 얹혀지며, 감각의 깊이를 더한다. 이 작품은 정택영 화백이 그동안 풍경 시리즈에서 탐구해온 공간감과, 인물화에서 사용하던 색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좋은 그림이란 무엇인가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한다. "가장 좋은 그림은 내 거실에, 내 서재에 걸어두고 날마다 보고 싶은 그림이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그림을 추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감성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을 좋은 그림이라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단지 나는 이 그림을 보며, 빛이 사라진 자리에도 남는 산의 흔적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울림을 느꼈다.

정택영 화백의 「빛으로부터 – 산」 시리즈는 한국 추상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이다.

그의 예술적 귀환이 담긴 이 연작은, ‘좋은 그림’으로 소개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류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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