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66] 정경해의 "뻐꾸기를 누가 죽였나"
뻐꾸기를 누가 죽였나
정경해
오늘 뻐꾸기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났어요
어떻게든 세상 일지를 채워보겠다고
안간힘 쓰던 뻐꾸기,
양 날갯죽지가 꺾인 채
다시는 날 수 없었죠
스무 살 뻐꾸기의 주검 앞에서
잔인한 손모가지를 찾는 사람들,
그 손목도 꺾어야 한다며
자기는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양손을 등 뒤로 감추었지요
세 살 때 보육원에 버려진 뻐꾸기는
열여덟에 보육원 둥지마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지요
세상 법이 목덜미를 움켜쥐더니
홀로 서라며 칠백만 원과 함께
세상 속으로 던져버렸어요
캄캄한 고시원에서
혼자인 세상이 두려웠지만
파닥파닥 대학에도 들어가고
파닥파닥 일지를 꼬박꼬박 썼는데
등록금에 생활비에 통장 지원금 숫자가 줄자
갑자기 무섭다며 세상 밖으로 뛰어내렸어요
아직 읽을 책이 많다는 꿈 많은 뻐꾸기
어쩌다 그랬냐고 물으셨나요?
당신이 밀었잖아요
아니 내가, 우리가요
―《다층》(2023년 여름호)

[해설]
이웃에 대해 관심을 안 기울이면
지금 이 시대는 너무나 살벌하다. 층간소음 때문에 위, 아랫집이 다투다 주먹다짐으로 가 옥살이까지 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교도소 수용자들의 수필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 주차 때문에 시비가 붙어 사람이 다치고, 학부모가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소송도 빈발하고 있다. 이런 시대 상황 때문인지 보육원을 나와 자립의 꿈을 키우던 한 젊은이가 세상을 하직하였고, 그 소식을 접한 시인이 펜을 들었다. 우리가 그 젊은이를 세상 밖으로 내몰았다고.
예전에는 고아원이라고 했는데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서 보육원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가 양산되면서 전국 여러 곳에 고아원이 생겨났는데 지금은 편모와 편부 슬하에서 살지 못하고 맡겨지는 경우, 부모 이혼과 함께 아이를 서로 외면해서 맡겨지는 경우, 부모 중 한 사람이 투옥되었을 때 한 사람이 일을 해 맡겨지는 경우, 할머니가 키우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맡겨지는 경우 등등 고아가 아닌데 보육원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생 나이지만 열여덟 살이 되면 그곳에서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이기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 자립금 700만 원이면 대학 1년 등록금도 안 된다. 방을 구하고 매 끼니 먹어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얼마나 고달파지는가. 그 젊은이의 외로움과 고달픔을 누가 귀 기울여 들어주기라도 하는가.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비정하게 되었을까. 배려, 온정, 관심 같은 것은 다 사라지고 말았을까? 정경해 시인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혀를 차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보육원 출신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책임을 다할 수 있게끔 도와주면 그들은 열심히 일할 것이다. 가족이 없는 데서 오는 고독과 설움을 잘 알기에 더더욱 열심히 일하고 봉사할 것이다.
[정경해 시인]
1956년 충북 충주 출생. 1995년 《인천문단》 신인상 수상하며 등단. 2005년 《문학나무》 신인상 수상. 2016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7년, 2012년, 2015년, 2017년 인천문화재단 문예창작지원금 수혜. 인천문학상 등 수상. 시집 『선로 위의 라이브 가수』『미추홀 연가』『술항아리』『가난한 아침』 등과 시산문집 『하고 싶은 그 말』과 창작동화집 『미안해 미안해』『동생이 태어났어요』가 있다. 인천지역 도서관 등에서 문예창작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