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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그림이야기 27] 나비- 김홍도

작가 이용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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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김홍도 1782년
나비, 김홍도 1782년

이 작품 '나비'는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부채화이다. 나비와 꽃이 그려진 부채의 오른편 아래에 흰 찔레꽃이 그려져 있고, 왼쪽에는 나비 세 마리가 날고 있다. 장자의 꿈속 장면을 묘사한 이 부채화의 나비 옆에는 '장자 꿈에 나타난 나비가 어찌하여 부채 위에 떠올랐더냐'라는 정자의 호지몽과 관련된 화제가 적혀있다.

꿈속에서 나비로서 팔랑팔랑 춤추며 날고 있다가, 깨어났지만, 과연 자신은 나비가 된 꿈을 꾸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자신은 나비가 꾸고 있는 꿈인가 하는 호접지몽(胡蝶之夢 또는 호접몽) 또는 서양권에서 나비의 꿈(The Butterfly Dream)라는 설화는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인 장자에 의한 설화이다.

이 설화는 '무위자연(無爲自然)' '일체제동'의 장자의 생각이 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서 유명한데,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억지로 인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순리에 따라 사는 삶을 의미한다. 이는 노자도교 사상의 핵심으로,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의 태도라고 보는 사상이다.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뜻이며, '자연(自然)'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의미한다.

'무위자연'을 장자의 말로 하면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 한가롭게 거닐며 노닌다는 뜻의 '소요유(逍遙遊)''가 되어, 그것은 목적의식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경지이며, 그 경지에 이르면 자연과 융화해 자유로운 삶의 방법이 생긴다고 장자는 말한다.

조선의 학자들 중에는 집에 꽃밭을 만들어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을 취미로 삼은 이가 많았는데, 매일매일 꽃을 들여다보며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덕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꽃 가꾸는 취미를 가진 선비들은 진귀한 꽃을 수집하기도 하고, 꽃 그림을 주문하거나 직접 그리기도 했으며, 특히 나비 그림을 그리며 인생의 무상함, 덧없음을 마음에 새기곤 했다고 한다. 

장자 나비 꿈 이야기는 대단해 보이는 누군가의 인생도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으며, 인생의 무상함, 덧없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출세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장자의 나비 꿈을 자주 거론했다고 한다.

작가 이용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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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나비#토마스의그림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