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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14 ] "어머니의 눈"_ 김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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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14 ] "어머니의 눈"_ 김강호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어머니의 눈

 

김강호
 

요양원 유리창에

눈망울이 붙어 있다

 

흐릿한 동공 속엔

눈꽃이 흩날리고

 

그 눈꽃 맞으면서 올

아들이 그리운 듯

 

 

세상을 다 담아도

아들보다 작은가 보다

 

유리문에 달라붙어

망원경이 되어버린

 

눈으로 빨려 들어간다

서럽도록 따뜻하다

 

어머니의 눈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자작시를 쓰고 해설한다는 것이 어쩌면 교만이 될지도 몰라서 조심스럽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단박에 깨뜨려 버리는 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작 시를 쓴 작가가 작품을 해설하는 입장은 사뭇 진지하다.

 

치매증세가 있는 어머니와 1년 동안 고향 진안에서 살다가 마침내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했다. 요양원에 모셔놓고 돌아설 때 남모르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경험 있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거의 날마다 어머니를 뵈러 갔다. 바람을 쐬고 돌아와 요양원 앞에 서면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려고 하질 않으셨다. 집으로 데려다 달라면서... 어느 겨울날 함박 눈꽃이 흩날렸는데 어머니는 유리 창문에서 밖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다. 아들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 간 내가 따뜻해졌다. 아마도 모태에서의 내가 그랬을 것이다.

 

지금까지 황진이의 고시조, 유재영의 연시조, 이지엽의 사설시조, 박기섭 문무학의 단장시조(홑시조), 정완영 임성규의 동시조, 서지희, 김해정의 어린이 시조, 윤금초의 옴니버스를 통해 각각 색깔이 다른 장르를 들여다봤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한국의 빛나는 시조로 찾아온다.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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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시조아카데미#어머니의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