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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45】 춘자(春字)의 전성시대

시인 김선호 기자
입력

춘자(春字)의 전성시대

김선호 

 

  잠 깬 봄이 꿈틀대니 춘자 교태 어지럽다

 

  소한 대한 쫓아내고 동장군도 물리치고 전세 바뀐 산과 들에 입춘(立春) 먼저 고개 밀며 봄이요 봄이 왔으니 어서 빨리 일어나요 숨은 봄 찾느라고 천지사방 헤매면서 오기 싫다 떼쓰는 걸 가까스로 모셨으니 어서 가 맞아들이며 영춘(迎春) 하라 그 말이요 벚꽃 매화 산수유에 참꽃 목련 한창이요 방방곡곡 꽃 잔친데 방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즐기시라요 상춘(賞春)하면 아니 좋소 이 꽃이나 저 나무나 그저 그냥 시들하고 괜스레 짜증 나다 뜬금없이 심각하다 사춘기(思春期) 그도 봄이니 넘겨야지 어쩌겠소 한 고개 넘어서니 힘이 펄펄 솟으시오? 뭐든지 자신 있고 신록처럼 맘도 푸른 청춘(靑春)이 좋긴 합디다 멈추면 오죽 좋겠소 백발 늘어 주눅 들고 다리 힘도 주는 판에 지구촌을 쥐락펴락하는 막무가내 저들 보오 힘 다시 길러야 하오 회춘(回春)을 불러야 하오

 

  그게 정 어렵다면야 양만춘(楊萬春)은 어떻겠소!

만개한 벚꽃(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깨알같은 이야기)
만개한 벚꽃 (사진출처-/blog.naver.com/kleingod/223813493358)

춘하추동이 암시하듯 사계 중 봄이 맨 먼저 든다. 절기도 입춘부터 시작이다. 희망을 상징하는 봄은 새싹 돋고 꽃 피고 햇살도 따사롭다. 살아가기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봄 춘()자 들어간 단어도 흔하다. 청춘, 상춘, 사춘, 청춘, 회춘, 농춘, 방춘, 송춘 등 많고 많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온다고, 이성부 시인은 노래한다. 어느 뻘밭 구석이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며 한눈도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더디게 온다고,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다고 그는 봄을 예찬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도 봄철에 많이 회자한다. 원래는 화공 농간에 운명이 바뀐 왕소군의 안타까운 처지를 노래한 시구인데, 훗날 의미가 확장됐다.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다며 비관적인 현실을 묘사할 때 자주 불러낸다. 한시 <소군원(昭君怨)>으로 짐작건대 실제로 척박한 흉노 땅에는 꽃도 풀도 없었던 듯싶다. 그러니 봄이 와도 봄 같지는 않았을 법하다.

 

엊그제가 입춘이다. 곧 훈풍 불고 꽃피고 새들도 지저귈 테다. 봄을 즐기려고 벚꽃 거리며 산과 들에 상춘인파가 넘실거릴 테다. 그런 기대 앞에 찬물을 끼얹는다. 남의 땅을 내놓으라니 관세를 다시 매긴다느니 맘대로 쥐락펴락한다. 백발은 늘어만 가고 힘은 자꾸 주는데 큰일이다. 왠지 화살 한 촉으로 당 태종 눈을 멀게 했다는 전설 속 양만춘이 그립다. 그 이름에도 춘()자가 들었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김선호 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다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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