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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10] 이승하의 "내 동생 태어난 날 ―선영이에게"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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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태어난 날

―선영이에게

 

이승하

 

엄마 배 뻥뻥 차더니

엄마 배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셨다

 

어떤 아기가 내 동생일까

나를 졸졸 따라다닐까 오빠라고 부를까

 

밤늦게 병원에서 오신 엄마와 아빠

보자기에 돌돌 싸여 같이 온 내 동생

새빨간 얼굴인데 두 눈이 깜박깜박

 

업어주어야지 손 잡고 다녀야지

떼쓰면 양보하고

잘못하면 고쳐주어야지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야지

오빠야 응 선영아

 

―『사람 사막』(더푸른, 2023) 

내 동생 태어난 날 - 선영이에게 _ 이승하 시인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고마운 윤수천 선생님

 

  사람 이름이 들어간 시만 모아서 시집을 낸 적이 있다. 동시를 쓴 적이 없기에 이 시를 그 시집에 실었는데 좀 쑥스러웠다. 그런데 윤수천 선생님께서 국내 저명한 시인ㆍ동시작가 55명의 작품과 해설을 엮은 시집 『엉덩이가 불쑥』(문학공동체 샘물)을 내면서 이 시를 실어주셨다. 고맙고 부끄럽다. 저 집 아이는 누이동생과 의가 좋다고 동네 어른분들이 칭찬을 많이 하셨다. 어디 나가면 꼭 손을 잡고 다녀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말다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동생이 많이 아프다. 아래 글은 내 시에 대한 선생님의 멋진 해설이다.

 

  아이는 새로 태어날 동생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어떤 아기가 태어날까부터 태어난 동생을 어떻게 데리고 다닐까에 이르기까지 궁금증이 하늘을 찌른다. 이 동시의 장점은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생각을 펼쳐 놓은 데 있다. 이런 동시가 좋은 동시다. 공연히 의미를 넣어준답시고 동심 밖의 생각이나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 “업어주어야지 손 잡고 다녀야지/ 떼쓰면 양보하고/ 잘못하면 고쳐주어야지”. 아이는 이렇게 성장한다. 동생이 생김으로 하여 형이 되기도 하고 누나가 되기도 한다. 그건 나이를 떠나 마음과 행동이 몰라보게 자라는 것이다.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야지/ 오빠야 응 선영아”. 이 얼마나 따사로운 우애인가! 보자기에 돌돌 싸여 온 동생을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는 아이의 모습을 이 동시는 맛나게도 잘 담았다.

 

  이승하 시인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또 한 편으론 교도소 안 사람들의 작품을 읽어주고 평해주면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 문학을 통한 심리치료인 셈이다. 아니, 그들의 내일에 희망의 등불을 켜주고 있는 것이다. 문학이 종교를 대신해 사랑의 전도사로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다.

 

  [윤수천 시인]

 

  1942년 충북 영동 출생. 국학대학 국문학과 2년을 수료했다. 1974년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화 「산마을 아이」가 우수작으로 뽑혔고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항아리」가 당선되었다. 34년간 공무원직을 명예퇴직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자문위원, 수원문인협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도 꾸준히 했다. 국방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작품집으로 『엄마와 딸』『행복한 지게』를 비롯해 꺼벙이 억수 시리즈80여 권이 있는데 중국ㆍ일본 등 외국에도 번역ㆍ출판되었다. 특히 『꺼벙이 억수』는 2007년 한국의 창작동화 50,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다. 동화 「할아버지와 보청기」「행복한 지게」「별에서 온 은실이」「꺼벙이 억수」「쫑쫑이와 넓죽이」 등과 동시 「연을 올리며」, 시 「바람 부는 날의 풀」은 교과서에도 실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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