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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향기] 모과 한 알 - 맹난자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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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한 알

 

맹난자

 

    수필가 K씨는 해마다 마당에서 수확한 가을을 보내온다. 이번에도 상자 속에 모과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아기 머리통만한 모과는 손끝에서 무쭐했다.   

아마도 그녀의 정원에서 간택된 제일 잘 생긴 놈이지 싶다. 피부는 어린 연두에 노랑빛깔을 띠고 있으나 몸통은 산맥처럼 꿈틀대는 골격이 범상치 않다. 그 중 두 개는 모과차를 만들고 두상頭像과 빛깔이 제일 나은 것을 골라 안방 문갑 위에 두었다. 방문을 여닫을 때마다 은은한 향기가 따라 나오고 빛깔도 점차 황금빛으로 익어갔다. 


    어느 날은 방문을 여니 그가 그 방의 주인인 것처럼 정좌靜坐하고 있었다. 미더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시간은 어디까지 였을까? 


    가을이 땅으로 내려앉고 하늘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을 무렵인가, 그때부터 그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에 갈색 반점이 번지고 늙은 대추마냥 쪼그라들더니 시커먼 하나의 돌덩어리에 불과했다. 


    "들어내야지"하면서도 왠지 손길이 쉽게 가지 않았다. 


    한가람미술관의 회랑을 돌 때였다. 


    울퉁불퉁한 시커먼 돌덩어리, 그건 내 첫인상이었고 청동으로 부조된 자코메티의 마지막 작품 <앉아 있는 남자의 흉상>이었다. 배코 친 두상에 비쩍 마른 얼굴, 눈빛은 형형한데 그친 입술[止]은 삐뚤어졌고... 뭔지 모를 고통이 솟구쳤다. 그때 등신불이 떠올랐다. 


    젖줄이 끊긴 아이처럼 나무에서 박리剝離된 채, 제 모습의 꼴을 갖추느라고 힘들었을 모과의 고행苦行 정진이 짚어졌다. 


    나는 그날 우연히 모과 한 알에서 고행승의 열반을 보는 듯했다. 

 

*배코치다 : 머리를 면도하듯이 빡빡 밀어 깎다, 머리를 빡빡 민 두상

로타르 좌상.
자코메티 조각 작품

  [심향 단상]

 

    작가는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모과 중에 제일 잘 생긴 모과 한 알을 안방 문갑 위에 놓아두고 하루하루 변해가는 모과를 관찰했습니다. 모과는 울퉁불퉁하게 생겼지만 가을에 잘 익은 모과는 은은한 향이 나서 안방이나 거실에 많이 두었는데, 그 당시에는 방향제가 따로 없어서 방향제 용도로 쓰였고 색깔도 노랗고 예쁘니 장식으로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슈퍼에서 모과를 보기힘들어졌습니다. 
 

    모과는 단단하여 쉽게 무르지 않고 모과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과를 깨끗이 씻은 후 얇게 썰어서 부패를 막기 위해 사이사이에 설탕을 뿌리고 뚜껑을 꽉 닫아서 실온에 두어 숙성을 시킵니다. 모과차는 기침과 가래 완화에 좋아서 겨울철에 감기 예방으로 집에서 많이 만들어 놓고 차로 즐겨 마십니다. 모과차는 약간 떫은 맛과 신맛이 나며 소화와 피로회복에도 좋은 성분이 있습니다. 

 

    작가는 안방 문갑 위에 있는 모과가 어느 날은 그 방의 주인처럼 보여 듬직해 보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렇게 변하며 딱딱하게 쭈그러져 가서 돌덩이처럼 생각됐습니다. 


    미술관 관람을 한 날, 자코메티의 청동작품 < 앉아 있는 남자의 흉상>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과로, 어린 연두색에서  황금빛으로 익어가며 집안 곳곳에 은은한 향기를 뿌리던 모과는, 서서히 수분이 빠지면서 쪼그라들고 딱딱하게 굳어져 마치 돌덩이 같은 청동작품으로, 등신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져 박리된 모과는 젖줄이 끊겨 박리된 아이처럼 그날부터 스스로 살아가야 합니다. 수분과 양분은 더 이상 채워지지 않고 모과는 점점 수분을 잃고 말라 딱딱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딱딱해지는 제 몸을 어쩌지 못하는 모과는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내며 견딜 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그렇게 변해가는 모과가 생명이 다해가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의 등신불로, 정진하는 고행승이  열반에 드는 모습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자코메티의 청동부조작품의 특징은 가늘고 늘어진 작품들입니다. <남자의 흉상>작품은 특히 눈이 삐뚤어지고 코는 오똑하며 입은 꽉 다물고 있는 상으로,  아래 입술을 꽉 다물어 튀어나온 모습은 무뚝뚝해 보이고, 인생을 오래 살아오며 울퉁불퉁해진 피부에서 고생한 흔적도 느껴집니다. 

 

    얼굴의 주름은 세월의 흐름을 대신 말해줍니다. 또한 고통의 흔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젊을 때 피부는 탱탱하여 주름이 없지만 나이 들면서 몸에서 수분과 영양이 빠져나가며 주름이 더 잘 생깁니다. 우리는 목이 건조하면 물을 마시듯이 피부가 건조할 때 피부에 영양을 주어 건조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피부에 스킨과 로션, 영양크림 등을 바르면 피부의 노화를 조금 늦출 수 있고, 그렇게 피부를 관리하는 사람과 관리하지 않는 경우는 겉으로 보기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지요. 

 

    특히 쌀쌀한 날씨에는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스킨과 로션 등을 충분히 잘 발라야 합니다. 여성의 경우에 색조 화장보다 기초 화장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요즘은 남성도 피부에 기초 제품을 바릅니다. 추울 때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듯이 피부도 찬 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쌀쌀한 바람 부는 추운 날씨에 피부 건강도 꼭 챙기세요. 

    

    감기 예방을 위해서 따뜻한 모과차나 생강차, 레몬차 등을 마시고 겨울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김영희 수필가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래피 시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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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여성조선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당선 - 공저 < 내 인생의 어부바>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 공저 <불의 시詩 님의 침묵>

한국문학상 수필 최우수상 수상 - 공저 <김동리 각문刻文>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과비평 작가회의회원                                     

코리안드림문학 편집위원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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