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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42] 민선숙의 "소록도"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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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민선숙

 

아기 사슴 눈 모양의 섬은

그늘이 많고 한적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리피리 소리가 들린다

 

뭉그러져 진물 흐르는 손

갈퀴처럼 변형되어 없어져 간다

감각이 소실되고 압통 심해지는 팔다리

유전이 된다는 잘못된 생각에

강제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고

낙태와 정관수술까지 시켰다

 

격리하고 억압하고 차별하고

그렇게 버려진 섬

손을 놓으면 다시 보지 못해

뱃소리 멀어질수록

목 놓아 부르던 가족들

 

제비선창에서 애환의 역사 듣고

만경당 앞에서 고개 숙여 묵념한다

헌신하며 안아 주고 보듬어 주던 선교사

마가렛과 마리안느

두 분 숨결, 꽃으로 피어난다

 

울창한 송림의 백사장을 걸으면

죽어서 우는

물새 소리 들린다

 

―『너를 아직 다 읽지 못했다』(천년의시작, 2025) 

소록도 구라탑 

  [해설]

 

   아직도 소록도에는 환자들이

 

  2024년 연말의 소록도 거주 한센병 환자의 수가 367명이라는 통계를 보았다. 2016년에 530명이었는데 해마다 줄고 있다니 202625일 현재는 350명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길지 않은 시 안에 소록도의 역사가 전개된다. 아기 사슴의 머리 모양을 닮은 이 아름다운 섬에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하여 치료하고 요양하는 병원 창립의 의도야 나쁠 것이 없었다. 일제강점기 때였다. 1916년 조선총독부가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세워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끌어와 격리ㆍ수용했는데, 강제 노역과 단종(斷種)과 낙태 등 인권 유린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조차도 빙산의 일각이었다.

 

  제2연과 3연 단 11행을 통해 110년의 소록도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1편의 넓이와 깊이가 소설 한 편에 육박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민선숙 시인은 소록도에 견학을 갔었나 보다. 제비선창에서 애환의 역사를 듣고 만경당 앞에서 고개 숙여 묵념하였다. 이곳에서 두 명의 오스트리아 출신 수녀가 반생을 바치며 환자들을 돌본 것도 사진으로 보았을 것이다.

 

  제비선창은 환자와 비환자의 차별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하나는 환자 전용인 제비선창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직원 전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소록도 방문을 계기로 전 세계로 알려지자 소록도 병원장은 제비선창의 폐쇄를 명령하고 직원 전용 부두를 환자들과 함께 이용하도록 했다.

 

  시인은 백사장을 걸어가니 물새 소리를 듣는데, 그 소리가 죽어서 우는 물새의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이 섬에서 110년 동안 죽은 한센병 환자들의 울음소리라는 착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왜 이 세상에는 이런 병이 있어서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인가. 「보리피리」의 시인 한하운의 시를 오늘따라 읽고 싶다.

 

  [민선숙 시인]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유년 시절 이후 대부분을 경기도에서 살았다. 유아교육을 전공하여 유치원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국문학과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여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 《지구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군포 시민신문 기자, 군포문인협회,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수리시 낭송회, 팔색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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