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성산일출봉에서 맞이한 제주의 시간

[여행=코리아아트뉴스 이청강 기자] 여행은 늘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 지난해 5월, 가족과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은 그 쉼표가 아니라 따뜻한 느낌표였다.
중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한 2박 3일의 일정은 제주의 동쪽을 따라 이어졌다. 휴애리 수국 축제의 화려한 색채, 함덕해수욕장의 푸른 물결, 그리고 성산일출봉의 장엄한 풍경이 여행의 기억을 채웠다.


성산일출봉은 ‘해가 뜨는 오름’이라는 이름처럼, 새벽의 빛을 품은 곳이다. 높이 182m의 사발 모양 분화구와 99개의 기암은 오랜 세월이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에 서면, 바다와 절경이 어우러진 풍광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화산재가 남긴 구멍 숭숭한 돌멩이를 만지며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이 여행의 가장 빛나는 장면이 되었다.
점심 무렵, 성산일출봉 인근 식당에서 맛본 해물탕과 갈치구이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전복과 조개가 가득한 국물은 허기를 달래주었고, 신선한 바다의 맛은 여행의 풍미를 더했다.

저녁이 되어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잔잔한 파도 소리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냈다. 제주의 밤은 언제나 진리였다.
석양을 바라보며 순간 시가 떠올라, 자작시로 여행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수평선을 붉게 물든 바다에 그리움이 잠들어 있다.” 제주의 밤은 그렇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요 속으로 스며들었다.
여행을 돌아보면 사진 속 웃음과 아름다운 풍경이 선명하다. 성산일출봉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한 삶의 한 페이지였다.
제주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했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다.

제주 탑동 해안로에 해가 질 무렵
수평선을 붉게 물든 바다에
그리움이 잠들어 있다
아름다운 시간이 흐르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깊은 수면의 자장가 되어
고된 육체도 스르르 잠든다
제주도의 밤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이 잠든다.
이정원 시인의 <제주도의 밤> 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