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휘의 K-메디 건강미학 54] 항암 치료를 ‘완주’하게 하는 몸
진료실에서 가장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은, 암 진단을 받으신 분이 조심스레 이렇게 물으실 때입니다. “굶으면 암세포도 같이 굶어 죽는다던데, 정말인가요?” 또는 “산에 들어가 자연치유로 나았다는 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물음 뒤에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스스로 해보고 싶은 마음을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의료인으로서 가장 먼저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암을 이기는 주인공은 언제나 표준 치료라는 사실입니다.
골든타임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표적치료, 면역관문억제제 — 이들은 수십 년간 수많은 환자분들의 생존 자료 위에서 검증된 길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극단적 자연치유에 기대어 이 시기를 흘려보내는 일이야말로, 제가 임상에서 가장 안타깝게 지켜본 손실이었습니다.
동시에 환자와 보호자께서 능동적으로 하실 일도 있습니다. 원발 부위와 유전자 변이, 호르몬 수용체 같은 자신의 질환 아형을 정확히 아는 일, 기존 약제에 내성이 생겼을 때 새로 열리는 임상시험의 문을 미리 알아보는 일입니다. 아는 만큼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굶기는 치료’가 아니라 ‘버티는 체력’입니다
암세포를 굶기겠다는 명목의 무리한 절식은, 실제로는 암 악액질(Cachexia)과 백혈구 감소를 부릅니다. 그리고 백혈구 수치가 무너지면 다음 항암 일정이 미뤄지거나 중단됩니다. 항암 치료는 강도의 싸움이 아니라 완주의 싸움입니다. 예정된 회차를 제 날짜에 끝까지 받아내는 것, 그것이 치료 성적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화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양질의 단백질을 반드시 챙기시라 말씀드립니다. 체중을 지키는 일이 곧 치료를 지키는 일입니다.
누룽지 한 그릇에 담긴 의과학
항암 후 입맛이 사라지고 속이 뒤집힐 때 많은 분들이 결국 찾으시는 것이 따뜻한 누룽지탕입니다. 이 소박한 한 그릇에는 생각보다 정교한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쌀이 고온에서 눌어붙는 과정에서 복합 탄수화물은 덱스트린(Dextrin)으로 잘게 쪼개집니다. 소화효소가 해야 할 일의 상당 부분이 미리 끝나 있는 셈이니, 지친 위장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항암제로 헐어버린 구강과 위장관 점막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수분과 전해질을 함께 공급해 탈수를 막아 주고,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이 뇌와 장기에 신속히 에너지를 건넵니다. 마이야르(Maillard) 반응으로 생긴 구수한 향미는 후각이 예민해진 환자분의 거부감을 눅여 주기까지 합니다. 다만 누룽지만으로는 단백질이 부족합니다. 계란이나 흰살생선, 두부를 함께 곁들이셔야 비로소 한 끼가 완성됩니다.
[오늘의 처방 ①] 면역을 살리는 식탁
면역글로불린도 백혈구도 결국 단백질로 만들어집니다. 소고기 안심과 우둔살, 닭가슴살, 흰살생선, 계란, 두부처럼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매 끼니 적정량 챙기시되, 조리법을 바꾸십시오. 고온 직화구이와 탄 고기,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피하시고 수육과 찜, 맑은 탕으로 드시면 소화 부담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우리 몸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모여 있습니다. 데친 나물과 버섯류의 베타글루칸, 해조류의 후코이단을 균형 있게 드시고, 항암 중 흔한 변비는 아침 공복의 부드러운 과일 한 조각으로 다스려 보십시오.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당근의 베타카로틴, 토마토의 라이코펜 같은 파이토케미컬은 살짝 데치거나 쪄서 드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가지는 꼭 지켜 주십시오. 호중구 수치가 낮은 시기에는 생채소와 생과일 섭취를 주치의 지침에 따라 조절하셔야 합니다. 감염 위험이 달라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처방 ②] 생존자의 오활(五活)
◇ 잘 걷기 — 매일 30~40분 평지를 천천히 걸으시면 체온이 완만히 오르고 림프 순환이 살아나며,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활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 잘 자기 — 면역 조절 물질인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은 밤 10~11시 사이에 잠들어 7~8시간 깊이 잠들 때 가장 넉넉하게 분비됩니다. 잠은 치료의 일부입니다.
◇ 잘 웃기 — 만성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높게 유지되면 T세포 기능이 무뎌집니다. 취미와 웃
음으로 부교감신경을 깨우는 일은 감상적인 권유가 아니라 면역학적 처방입니다.
◇ 잘 먹고 잘 싸기 — 규칙적인 배변으로 대사 노폐물을 내보내는 일까지가 회복의 한 사이클입니다. 항암 중 변비에는 아침 공복의 사과 한 조각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과의 펙틴은 수용성 식이섬유로, 장에서 수분을 머금어 변을 부드럽게 하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연동운동을 깨웁니다. 위장이 예민한 시기에는 껍질을 벗겨 얇게 저며 드시고, 백혈구 수치가 낮은 시기에는 주치의의 지침을 먼저 따르십시오.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입니다. 1% 남짓한 생존율 수치에 마음을 저당 잡히지 마십시오. 통계는 집단의 평균이지 당신의 예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항암제를 독이 아니라 나를 돕는 생명수로 받아들이실 때 순응도가 올라가고 부작용을 견디는 힘도 달라집니다. 다만 반대로, 마음가짐이 부족해서 병이 나빠졌다는 자책만은 결코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환자분께 조금도 이롭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준비도 잊지 마십시오. 중증질환 산정특례와 실손의료보험을 미리 정리해 두시고, 탈모와 구역감에 대한 대처 요령을 사전에 익혀 두시면 일상의 품위를 훨씬 오래 지키실 수 있습니다.
한의학이 먼저 말한 부정거사(扶正祛邪)
『황제내경』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 — 바른 기운이 안에 있으면 삿된 기운이 함부로 침범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한의학은 이를 부정거사(扶正祛邪), 곧 몸의 바른 기운을 붙들어 세우면서 병사를 몰아낸다는 원칙으로 정리했습니다.
오늘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사(邪)를 몰아내는 일은 수술과 항암제와 방사선의 몫이고, 정(正)을 붙드는 일은 식탁과 잠과 걸음과 마음의 몫입니다.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며, 순서를 바꾸어서도 안 됩니다.
정기(正氣)를 붙드는, 근거가 쌓인 한약재들
그렇다면 한약은 어디에 설 수 있을까요. 저는 ‘암을 없애는 약’이 아니라 ‘치료를 견디게 하는 약’의 자리라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도 저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검증된 것만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 인삼(人蔘) — 미국 메이오클리닉 주도의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3상 시험에서, 아메리칸 인삼 분말이 암 관련 피로(cancer-related fatigue)를 위약 대비 유의하게 개선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항응고제나 일부 표적항암제와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 — 항암제로 인한 구내염에 대해, 일본에서 시행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궤양 치유 기간 단축과 증상 완화가 보고된 처방입니다.
◇ 육군자탕(六君子湯) — 항암 중 식욕부진과 구역에 대해,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 경로를 통한 개선이 무작위 대조 연구들에서 보고되어 왔습니다.
널리 쓰이는 다른 보익 처방들도 많지만, 아직 대규모 임상 근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것들은 이 자리에서 굳이 권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위의 세 처방 역시 표준 치료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이며, 반드시 주치 종양내과 전문의와 한의사 양쪽에 복용 사실을 알리신 뒤 드셔야 합니다.
한약재도 간 대사효소를 통해 항암제와 경쟁할 수 있고, 감초의 장기 복용은 혈압과 전해질을 흔들 수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해 임의로 드시는 일만은 삼가 주십시오. 오래된 지혜와 현대 종양학은 이렇게 서로의 자리를 지킬 때 비로소 다정하게 손을 맞잡습니다

닫는 글 — 오늘 한 끼가 다음 회차를 지킵니다
저는 완치를 약속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의료인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다만 제가 확신을 담아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오늘 넘긴 따뜻한 한 그릇, 오늘 걸은 삼십 분, 오늘 조금 일찍 끈 방의 불빛이 다음 항암 회차를 무사히 받아내는 체력이 되어 준다는 사실입니다.
치료는 병원이 합니다. 그러나 그 치료를 끝까지 완주하게 하는 힘은, 오늘 당신의 식탁과 잠자리에서 조용히 만들어집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따뜻한 주치의로서 곁을 지키겠습니다.
“암을 몰아내는 일은 의학이 맡고, 그 사람을 지켜내는 일은 생활이 맡습니다.”
김두휘 한의사 보건학 박사

압구정린바디한의원 대표원장
항노화 한방성형 장수의학 전문의
유럽 1호 시술 허가 한의사
국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민국 최초 한방 성형침 네트워크
대한 한방 피부미용학회 학술이사
비만관리 의원장 (전)
대한 메디컬뷰티협회 이사
코리아 뷰티 디자인협회 상임이사
뉴욕 키토 전문 다이어트 원장
코리아아트뉴스 건강 전문위원
압구정린바디한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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