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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24] 장효성의 "서울"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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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효성

 

언제부터인가 서울은
서울이 아니다.

 

바삐 오가는 사람들 틈에

설 틈조차 없는

인파 속에서

오직 나만 생각하는 거리.

 

어디고 아무리 보아도

희미함 속으로 보이는 건

모두 아른거리는 희미함뿐.

 

사는 것이

내가 살고 있는지

도시가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희미함 속에서

문득 우러러본 하늘은

아무리 보아도 이해 못 할 피카소

별 하나가 그 가운데서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에는

하늘과 산이 없었다.

 

―고명숙 외, 1010색 희망의 꽃을 피우다』(도서출판 해조음, 2024)  

하늘과 산이 없는 서울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하늘과 산이 없는 서울

 

  이 시를 쓴 장효성 시인은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다. 게다가 왼쪽 눈은 망막박리로, 오른쪽 눈은 백내장으로 수술을 해, 책을 조금만 읽어도 눈물이 흐른다.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2021년에 시집 『이곳에서 저 끝을 바라보면』을 냈고 《솟대문학》이 나오던 시절, 그 문예지를 통해 수필로 등단했다. 이 정도 분량의 시도 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시인이 생각하는 서울 이미지는 희미함이다. 수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상가에서 바삐 오가는데 며칠 뒤에 생각하면 기억나는 사람이 없어 기억이 희미하다. 날씨도 쾌청한 날보다는 미세먼지 아니면 황사로 인해 희끄무레한 날이 많다. 서울을 희미하다는 의미로 추적해 들어간 기법의 참신성도 좋지만 뇌리를 때리는 것이 서울에는/ 하늘과 산이 없었다.”는 결구이다. 서울 어디서 보나 하늘이 보이지만 빌딩과 함께 보이는 것이 문제다. 일그러져 있거나 찌부러져 있는 하늘이 서울의 하늘이다. 하늘이 피카소의 그림처럼 난해하다고 한 것도 애국가 속 하늘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산이 없기는 왜 없는가.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 북악산, 인왕산, 남산……. 그런데 서울시민 중 산을 자주 바라보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간혹 등산을 가도 숲은 보되 산은 안 보는 경우가 많다. 서울이 원래 참 아름다운 도시인데 아파트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서울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가 쉬울까? 내가 감히 얘기할 수 없지만 장애가 있는 분의 얘기를 옮기면 식당에 들어가는 것은 꽤 편해졌지만 식당 안에 있는 룸에 들어갈 때나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여전히 불편하다고 한다. 세계 경제 10위 안에 드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장애인을 배려하는 문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장효성 시인이 낸 시집의 머리말에는 한 중증장애인이 이런 생각, 이런 느낌으로 살아왔다는 걸 독자 한 분만이라도 알아주시기를 바라며 이 시집을 떨리는 마음으로 독자들 앞에 펼칩니다. 이 시집을 엮을 수 있게 용기를 주신 보리수아래(불교자선단체)’ 최명숙 대표님과 도서출판 도반의 김광호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썼다. 우리 모두 장애인의 복지와 복리, 자활과 자립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장효성 시인]

 

  《솟대문학》 수필 3회 추천되어 등단했다. 시와 음악이 있는 가을 오후의 만남 4회 참가, 보리수아래 음반 [, 그대 노래로 피어나다], 2020 ‘보리수아래아시아장애인공동시집 한-일편 『우리가 바다 건너 만난 것은』 등에 참여했다. 개인시집 『그리운 기다림, 기다린 그리움』『이곳에서 저 끝을 바라보면』, 공동시집 솟대문학선3 『너의 가슴을 그릴 수 없다』, 솟대문학선6 『슬픔마저 사랑하리』 등을 펴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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