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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98] 임공수의 "두 개의 푸른 별"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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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푸른 별

 

임공수

 

우주에 떠 있는 티끌만 한 푸른 별 하나

우리 고향이고 무덤이다

 

울고 웃고 증오하고 미워하고

때로는 뜨겁게 사랑하지만

우주는 우리에게 오만을 버리고 겸손하라 한다

 

우주 탄생의 메커니즘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뒷받침하는 천체물리학의 빅뱅 이론이다

 

지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행성

어느 계절의 문장이 저리도 곱단 말인가

 

암흑 속에 빛다발로 구성된 거대한 은하

퀘이사에서 오는 빛들이 죽어서 도착하는

안드로메다 푸른 별로 가고 싶다

거기에도 풍차가 돌아가고 새벽닭 울음소리도 들릴 것이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카인*의 후예다

지구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괴물이 되었거든

지구를 더럽히는 노숙자가 되었거든

 

지구의 저녁을 바라보면 달이 뜨는 석양에 눈물이 앞선다 인간의 잔머리로 지구가 푸른색에서 황토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우주는 계속 가속 팽창하는 중

미지의 암흑을 가득 메운 저 물결치는 파반느

수만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불후의 거작이다

 

우주는 별들이 꿈을 꾸는 불멸의 문장이다

 

*구약에 나오는 인물. 아담과 이브의 맏아들. 동생을 죽이고 도망친 인류 최초의 악인.

 

—『뫼비우스가 걸어간 안드로메다 은하』(도서출판 자기다움, 2025) 

안드로메다 은하와 지구 상상도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명구가 나오는 「서시」를 윤동주가 쓴 것은 19411120일이었다. 그로부터 84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을 노래한 시인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데 1권 시집에 수십 편의 별 노래가 나오는 시집이 임공수 시인의 제5시집 『뫼비우스가 걸어간 안드로메다 은하』이다. 표지 사진도 안드로메다 은하이다. 銀河. 별의 물결. 별의 천지. 우주는 얼마나 넓은가.

 

  시골이나 산촌에 가서 별이 좍 깔린 하늘을 보면 신비롭고 경이롭다. 저렇게 많은 별이 모두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恒星)이다. 태양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기에 그 빛이 몇 백, 몇 천, 몇 만 광년을 달려와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이니 얼마나 신기한가. 사람의 눈에는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이지만 대체로 태양보다 수십 배 혹은 수백 배 큰 별이다.

 

  시인은 공학석사인데 천문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우주 탄생의 메커니즘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뒷받침하는 천체물리학의 빅뱅 이론임을 알고 있다. 또한 빛다발로 구성된 거대한 은하/ 퀘이사에서 오는 빛들이 죽어서 도착하는/ 안드로메다은하의 푸른 별들임을 알고 있다. 우주에 별이 도대체 몇 개나 될까? 태양계의 수명은? 지구의 수명은? 인류는 언제까지 생존을?

 

  두 개의 푸른 별은 상징적인 제목이다. 대기권 밖의 로켓이 지구를 촬영한 것을 보면 푸른 빛을 띠고 있으니 한 개의 별은 지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별이 아니라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동식물이 자랄 수 있는 식은 별, 즉 혹성(惑星)이다. “울고 웃고 증오하고 미워하고/ 때로는 뜨겁게 사랑하지만/ 우주는 우리에게 오만을 버리고 겸손하라 한다는 구절을 보면 시인은 별이 빛나는 이 우주가 유한한 인간에게 메시지를 계속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는 후반부에 이르면 인간의 모순점과 한계지점까지 거론한다. 인간이 별을 연구해온 것이 점성술이다. 점성술은 아마도 인간이 별을 보면 겸손해져야 함을 말해주는 학문일 것이다. “우주는 별들이 꿈을 꾸는 불멸의 문장이므로 우리는 별을 보면서 점을 쳤고, 운명을 헤아렸고, 미래를 예측했다. 욕망 덩어리인 인간에게 우주의 주인인 별들이 외친다. 오래 살아본들 100년인데 왜 그렇게 사느냐고.

 

  [임공수 시인]

 

  시와는 거리가 먼 공학도로서 전남대학교에서 공학석사를,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표준화 금상 수상(국무총리상), 품질관리 대상 수상(국무총리상), 9회 미당 서정주 작품상 수상. 관악문인협회 부회장. 시집 『어쩌다 삶이 그리워지면』『따옴표 속에 쉽표 하나』 『메타버스의 숲』『석양을 톱질하다』 등을 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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