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 옴니버스 아트] 막걸리 한 사발이 전하는 삶의 이야기



[문학=코리아아트뉴스 이청강 기자]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의 풍속화 <서서 술집>과 현대 시인 문복금의 시 <아버지와 막걸리>는 서로 다른 시대와 표현 방식 속에서도 ‘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삶과 감정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신윤복의 <서서 술집>은 봄날 저녁, 진달래가 흐드러진 술집 앞에서 서서 술을 마시는 남성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그림 속 인물들은 술을 핑계로 젊은 주모에게 수작을 걸며, 술집은 단순한 음주 공간을 넘어 사회적 욕망과 인간관계가 교차하는 장으로 표현된다.
술은 향기와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개체이며, 그림은 조선 시대 남성들의 일상과 감정을 유쾌하면서도 풍자적으로 담아낸다.
![[사진 : 이청강 기자]](https://koreaartnews.cdn.presscon.ai/prod/125/images/20250730/1753862406401_73087206.jpeg)
반면 문복금의 시 <아버지와 막걸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오던 기억을 회상하며, 막걸리의 맛 속에 아버지의 땀방울과 웃음, 감상과 낭만이 담겨 있다고 표현한다. 시인은 “뿌옇고 텁텁한 심심한 맛”을 통해 소박한 삶의 풍경과 가족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막걸리 한 사발에 아버지의 존재를 되살린다.
2024 제5,6호 종합문예지 한국 시서울문학 신인문학상 심사평을 맡은 강신옥 편집주간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시큼 텁텁한 먹걸리의 맛을 따라 숲길과 밭길로 걸어가고 있다." 며, "<아버지와 막걸리> 시는 정겨운 시로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고 심사평을 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시적 구조가 속도감으로 다가오는 듯하며, 신인문학상 등단을 통해 마음껏 날아보시길 응원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처럼 두 작품은 술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감정과 기억의 매개체로 활용한다. 신윤복의 그림이 사회적 관계와 욕망을 중심으로 술집의 활기를 그려냈다면, 문복금의 시는 개인의 내면과 가족애를 중심으로 술의 의미를 되새긴다. 시대는 다르지만, 술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렇다. 예술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감정을 연결한다. 막걸리 한 사발이 전하는 삶의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웃음과 눈물로 웃기도 하며 때론 울기도 한다.
문복금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나의 글이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고 작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 밝혔다.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문복금 시인의 <아버지와 막걸리> 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KAN: 옴니버스 아트] 막걸리 한 사발이 전하는 삶의 이야기](https://koreaartnews.cdn.presscon.ai/prod/125/images/20250730/1753862464959_888472657.jpg)
아버지와 막걸리 / 문복금
어릴 적 아버지 심부름
주전자 들고 점방에서
막걸리 받아 오던 시골길
숲길, 밭길 한참을 걸어야만
집에 다다르게 되고
그 사이 주전자 꼭지
입 대고 맛보았던 막걸리 맛
뿌옇고 텁텁한 심심한 맛
그 속에 아버지의 땀방울과 웃음
감상과 낭만이 있었기에
나는 그 맛을 무척 그리워한다
수수하고 꾸밈없이 허세 없는
자연 그대로의 멋에
아버지의 웃음과 눈물을 합친 것이
이 막걸리의 맛이 아닐는지?
지금 그 맛에 길들여져
다른 술은 맛 몰라
가끔 식사 자리에서 막걸리를 주문한다
한 사발 시원하게 목 축일 때
아버지의 너털웃음 들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