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 24] 고성만의 "우주의 끈" - 예술의 결을 따라 흐르는 시간
고성만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선 시간의 흐름과 물질의 숨결을 감지하게 된다. 그의 작업은 회화와 조각,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물성과 정신, 전통과 현대 사이의 깊은 대화를 이끌어낸다.

작가의 대표작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이다. 그는 한국 전통 재료인 마(삼베), 옻칠, 아교 등을 활용하여, 단순한 표현을 넘어선 ‘살아 있는 표면’을 만들어낸다. 이 재료들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작품의 주체로 기능하며, 시간과 감정, 기억을 품은 매개체로 작용한다.
고성만 작가의 작품 「우주의 끈」은 단순한 추상화를 넘어선,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각적 지도다. 화면을 가득 채운 섬유질의 구조는 마치 우주의 신경망처럼 얽혀 있으며, 그 속에는 생명과 감정, 기억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 작품은 혼돈과 질서, 얽힘과 해방 사이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고성만의 화면은 종종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풍경이다. 얽히고 설킨 섬유질의 구조는 생명체의 내부를 연상시키며, 그 속에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연결성이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그의 작업은 추상적이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오히려 관람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 이 보이지 않는 끈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특히 최근의 작업에서는 ‘생 추상(Living Abstraction)’이라는 독자적인 예술 개념이 두드러진다. 이는 작가의 삶과 경험, 감정의 에너지를 장르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예술로 응축하는 방식이다. 생 추상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작가의 몸과 시간, 기억이 물질과 결합하여 살아 있는 예술로 태어나는 과정이다.
'생추상'은 고성만 작가가 창안한 자기 장르이자, 예술을 삶의 연장선으로 확장하는 철학적 실천이다. 그는 회화의 전통적 틀을 해체하고, 작품 그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존재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이 개념은 한국적 재료와 감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표현은 세계적이며,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사유하는 것’이다. 화면 속의 질감과 색채, 구조는 관람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내면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선, 존재론적 탐구로 이어진다.
고성만 작가의 작업을 감상하는 일은, 결국 자신의 내면과 우주의 구조를 동시에 들여다보는 경험이 된다. 「우주의 끈」은 그 여정의 출발점이자, 생 추상의 결을 따라 엮어낸 하나의 우주다.
전시개요 
전시제목 : 생 추상 - The Story of Living Abstraction
일정  : 2025. 10. 29 ~ 11. 3
장소  :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1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