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세대차가 빚어내는 하나의 ‘시나위’…국립무용단 신작 ‘더블빌:시나위’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2026-202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첫 작품으로 신작 ‘더블빌:시나위’를 선보인다.

사진=국립극장/국립무용단.
공연은 오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열리며, 1944년생 안무가 배정혜와 1994년생 안무가 배진호가 ‘시나위’라는 하나의 출발점에서 서로 다른 세대의 감각과 춤 언어를 펼쳐낸다. 두 안무가의 나이 차이는 정확히 50년이다.
이번 무대는 안무가의 세대 차이를 넘어 무용수 구성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꾀한다. 국립무용단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작품별 무용수를 세대에 따라 NDCKⅠ과 NDCKⅡ 두 그룹으로 나눴다. 오랜 시간 한국춤을 몸에 축적한 무용수들의 깊은 호흡과 원숙한 움직임, 젊은 무용수들이 지닌 역동적인 신체 감각을 각각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배정혜의 ‘살풀이 生’…전통 춤사위로 풀어낸 삶과 생명
첫 번째 작품 ‘살풀이 生’은 한국 창작춤의 거장 배정혜가 9년 만에 국립무용단과 선보이는 신작이다.
작품은 한국춤의 대표적인 춤사위인 살풀이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슬픔과 한을 해소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삶에 맺힌 것을 풀어내며 새로운 생명과 평안을 기원하는 살풀이의 정신을 무대 위에 확장한다.
이매방류 살풀이, 한영숙류 살풀이, 김숙자류 도살풀이, 김수악류 교방굿거리 등 서로 다른 계보를 통해 전승된 네 가지 전통 춤사위가 작품의 바탕을 이룬다. 배정혜는 각각의 춤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서로 다른 전승의 특징을 하나의 작품 안에서 엮어 삶의 희로애락과 생명의 의미를 담아낸다.
‘살풀이 生’에는 1985년생 이상으로 구성된 NDCKⅠ 무용수 28명이 출연한다. 빠른 움직임이나 화려한 기교보다는 오랜 수련에서 비롯된 깊은 호흡과 움직임의 여백을 강조한다. 한 번의 디딤과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에서도 한국춤이 품어온 시간과 깊이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대 역시 작품의 전통적 미감을 강조한다. 영상과 디지털 기술 대신 수작업으로 그린 무대 작화를 활용해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구현한다.
음악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역임한 원일이 맡았다. 서로 다른 소리가 자유롭게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시나위의 특성을 춤과 결합해 음악과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구성한다.
의상디자인은 배경술이 담당한다. 겹겹의 치마와 다양한 색채·질감을 활용해 움직임에 따라 펼쳐지는 생명의 이미지를 시각화하며, 수작업 무대 작화와 어우러져 회화적인 장면을 완성할 예정이다.
배진호의 ‘AHRA’…아리랑과 시나위를 젊은 몸으로 재해석
두 번째 작품 ‘AHRA’는 2025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최연소로 선정된 안무가 배진호와 국립무용단의 첫 협업이다.
배진호는 복합예술단체 SAL(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신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움직임 언어를 구축해 왔다.
‘AHRA’는 한국인의 삶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아리랑의 정서를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바라본다. 익숙한 아리랑의 선율이나 형식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쌓여 있는 그리움과 슬픔, 기쁨, 인내 등 하나의 감정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정서를 젊은 무용수의 몸과 에너지로 표현한다.
작품의 또 다른 중심에는 시나위의 즉흥성이 있다. 서로 다른 악기가 각각의 소리를 내면서도 다른 악기의 소리에 반응해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시나위의 원리를 안무 구조에 적용했다.
무용수들은 정해진 움직임을 일률적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각자의 신체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한 사람의 미세한 떨림과 진동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주변으로 확산돼 빠른 속도와 강렬한 군무로 발전한다. 신입 단원을 포함한 NDCKⅡ의 젊은 무용수 13명이 출연해 날렵한 움직임과 강한 신체 에너지를 선보인다. 음악은 정도운과 유재영이 맡는다. 강렬한 비트와 전자음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인 사운드에 재해석한 전통 타악을 결합해 기존 시나위와는 또 다른 음악적 질감을 만들어낸다.
김종석 무대디자이너는 장식적 요소를 최소화한 공간을 구성해 무용수의 몸 자체가 무대의 중심이 되도록 했다. 최인숙 의상디자이너는 검은색 전신 타이즈에 자개를 연상시키는 새와 꽃 등 전통 문양을 더해 현대적인 신체 실루엣과 전통 이미지를 결합한다.
전통을 지키는 몸과 새롭게 해체하는 몸
‘더블빌:시나위’에서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같은 전통을 바라보는 두 세대의 시선이다.
배정혜가 오랜 시간 축적된 전통춤의 호흡과 춤사위를 바탕으로 시나위를 무대에 펼쳐 보인다면, 배진호는 움직임을 해체하고 재조직하면서 서로 다른 몸이 반응하는 구조로 시나위에 접근한다.
하나의 전통이 어떤 세대와 신체를 통과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른 표현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한 공연 안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의 의미가 있다.
국립무용단은 이를 통해 한국춤을 고정된 전통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시대와 세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살아 있는 예술로 제시한다.
공연에 앞서 오는 9월 30일 오후 7시 30분에는 작품 일부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관객 프로그램 ‘오픈 리허설’도 진행된다. 작품 일부 관람과 함께 안무가와의 대화를 통해 창작 과정과 작품 속 움직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참여 인원은 선착순 30명이며 9월 16일 티켓이 오픈된다.
안무가 소개
배정혜는 8세에 무용수로 데뷔해 ‘천재 무용소녀’로 주목받았으며, 국문학을 전공한 뒤 다수의 무용 대본을 직접 집필하면서 ‘가장 문학적인 안무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재임 당시 발표한 ‘Soul, 해바라기’, ‘춤 춘향’ 등은 현재까지 국립무용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공연되고 있다.
배진호는 어린 시절 발레와 현대무용을 익힌 뒤 한국무용을 전공했으며 현재 SAL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2020년 제16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젊은안무가전 금상, 2024년 제30회 무용예술상 연기상, 2025년 한국춤비평가협회 베스트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5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최연소로 선정됐다.
공연 개요
- 공연명: 국립무용단 ‘더블빌:시나위’
- 작품: 배정혜 ‘살풀이 生’ / 배진호 ‘AHRA’
- 기간: 2026년 10월 8일(목)~10월 11일(일)
- 시간: 목요일 오후 7시 30분 / 금·토·일 오후 3시
-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
- 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
- 안무: 배정혜, 배진호
- 작곡·음악감독: 원일, 정도운·유재영
- 무대디자인: 김종석
- 출연: ‘살풀이 生’ NDCKⅠ 28명 / ‘AHRA’ NDCKⅡ 13명
- 관람료: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 관람연령: 초등학생 이상
- 공연시간: 90분(중간휴식 20분 포함)
- 예매·문의: 국립극장 고객지원센터 02-2280-4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