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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시조 8 ] 홍사성 시인의 "기특한 일"

류우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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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일 [ 시조 : 홍사성 ㅣ 만화 :  류우강 기자]

「기특한 일」에 담긴 통유의 미학

글: 류안 시인

홍사성 시인의 「기특한 일」은 시조의 본질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시조는 짧은 정형시 안에 일상의 감각과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며, 시조가 지닌 함축성과 여백의 미를 극대화한다.


어제는
구름이 조금 끼었을 뿐이다

오늘은
바람이 조금 불었을 뿐이다

내일은
기온만 조금 더 떨어질 것이라 한다

  - 홍사성의 「기특한 일」


이 시조는 특별히 어려운 시어도 없고, 복잡한 은유도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속에서 시조의 깊이가 드러난다. 시인은 ‘구름’, ‘바람’, ‘기온’이라는 자연의 미세한 변화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추고, 삶의 흐름을 조용히 관조한다.

나는 이 작품을 두고 “통유법의 전형”이라 평한다. 통유법은 내가 제안한 개념으로, 시 한 수 전체가 하나의 주체를 통체로 비유하는 방식이다. 이 시조에서는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시간의 흐름 자체가 주체가 되어,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인식의 변화를 통째로 비유한다. 이는 시조가 단순한 묘사나 감정의 나열을 넘어, 전체 구조로 의미를 형성하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시조의 미학적 특징인 ‘절제’와 ‘여운’을 잘 살려낸다. 각 장마다 “조금”이라는 부사를 반복함으로써, 시인은 감정의 과잉을 피하고, 오히려 그 미세한 차이를 통해 삶의 섬세함을 드러낸다. 이는 현대 시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산다는 거 참 '기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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