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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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그림이야기34] 그리움 - 구자승

작가 이용범 전문위원
입력
그리움, 구자승, 2022년

구자승 화백은 정물화의 대가’ ‘인물화의 천재‘누드화의 1인자’로 불리며, 탄탄한 구성력과 밀도 있는 묘사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화가이다. 한국의 100대 작가에 당당히 랭크된 그는 “캔버스 앞에 앉아 있을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림은 거창한 예술이 아니라 인생에서 별난 ‘맛’이어서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말한다.

그의 정물화는 일반적인 구상과 달리 대상의 독창적 화면 구성에 강한 악센트를 두는 게 특징이다. 색바랜 주전자, 술병, 보자기, 도자기 등 오랜 세월 사람의 무게를 이겨낸 일상의 소재를 화면에 올려 날 것에서 나오는 생명력을 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빈 술병 또는 꽃병이 주는 수직의 느낌과 과일이 놓인 탁자의 수평적 구도로 구성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실재감을 더해준다. 시간 속에 제멋대로 맡겨진 사물들을 잠시 떼어내 공간에 재배치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정말 물체가 음악이나 시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구자승은 극사실주의로 큰 명성을 갖고 있다. 그의 손을 타고 화면에 담기면 꽃은 시들지 않고, 과일은 썩지 않으며 빛과 그림자는 멈춘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영원으로 전환한다. 작가는 꽃과 과일부터 메마른 나무상자, 흰 보자기, 오래된 사진 등 일상의 사물에 빛을 투영하고 화면 속에 생생히 담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물화는 절제된 화면과 밝은 색감, 짙은 배경을 통해 차갑게 표현된다. 그 앞에서 관람객은 긴장하고 사물을 깊이 응시하게 된다. 그의 정물화는 사물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것이 아니다. 직접 선택하고 배치한 기물이 흠이 있더라도 그림 속에서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린다.

이 작품, '그리움'은 한국 극사실주의의 대표 화가인 구자승 화백의 2022년작이다. 이 화백은 단순한 정물화나 일상 사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멈춘 시간”과 “존재의 정적”을 화면에 담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의 붓끝에서는, 시들고 사라질 수밖에 없는 꽃이나 과일, 그림자마저 시간이 정지된 듯한 영원성을 얻는다.

그리움”이라는 작품명은 단순한 정물화 이상의 의미를 가져, 시들고 사라지는 것들의 찰나를 영원으로 붙잡아두려는 구자승 화백의 시도이다. 시간과 존재, 사라짐과 지속성 사이의 긴장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 언론은 “아름다운 한 장면이지만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고 썩고 사라지는 것들”이라고 평을 했지만 구자승의 손에서는 “꽃은 시들지 않고, 과일은 썩지 않으며, 빛과 그림자는 멈춘다

작가 이용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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