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의 그림이야기 30] 콩 - 박종경

콩은 너무나 작은 알갱이라 하찮은 것이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콩 하나하나는 작지만 콩에 얽힌 이야기들을 늘어놓자면 오랜 세월 동안 우리네 삶과 정신 속에 깊이 자리 잡아온 무시 못 할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콩은 정직을 이야기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은 씨앗을 뿌리면 그에 맞는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다. 노력과 결과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속담이며, 옳은 행동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다"라는 속담은 나눔의 미덕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또한 "콩 볶듯이 한다"라는 말은 콩을 볶듯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뜻으로, 바쁜 일을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라는 말은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료만으로는 부족하고, 노력과 정성이 더해져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콩 껍질만 남았다"는 것은 빈약함과 초라함을 의미하여, 외형적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렇다. 이러한 콩에 관한 속담들을 새겨보면 비록 콩이 작은 하찮은 존재라도 우리 삶의 가치관, 사회적 관계, 인간의 본성 속에 깊이 뿌리내린 상징이자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박종경 화가는 콩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콩 화가'이다. 그는 콩이라는 소재로 조형적인 공간을 채우는 화가이기에 앞서 원초적인 한국인의 담백하고 구수한 고향의 정서를 담은 서민의 이야기를 콩으로 말하는 스토리텔러이다. 점처럼 작지만 그것들이 모여 덩어리가 되고, 빛이 모여 콩의 고유 빛깔과 함께 조형적 공간을 채워나간다. 점에서부터 양적 팽창으로 나아가는 공간 확장은 낯설지 않은 옛이야기를 풀어내 듯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요즘 젊은이들이야 체험 보지 못했을 배고픈 시절을 경험한 박종경 화가가 풍요를 생각하며 그린 'Dream-Richness' 시리즈 중 하나이다. 목판 위에 유화로 그린 이 '콩' 그림을 보고 있자면, 풍요를 꿈꾸던 아련한 배고픈 시절이 생각난다. 나무 소반 위에 가득히 담긴 누런 콩과 붉은 팥, 점점의 낱콩들은 어느덧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풍요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 계명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공부한 박종경 화가는 콩을 소재로 따뜻하고 풍요로운 고향의 감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며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교훈 삼아 30여 년을 줄곧 콩 그림을 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