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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산 책다락 30] SF 판타지 소설계의 거목 어슐러 K. 르 귄의 대표작 '어둠의 왼손'

효산 남순대 시인
입력

●책 소개


『어둠의 왼손』은《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소설로 꼽히는 《어스시 시리즈》의 작가이자 2003년 제20대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된 SF 판타지 소설계의 거목 어슐러 K. 르 귄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면 개역판에는 이 책을 둘러싼 질문들에 대한 르 귄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는 ‘40주년 기념판의 서문’과, 자칫 단순한 사고실험 혹은 공상과학소설로 잘못 이해될 수 있는 SF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SF 작가란 무엇을 추구하는가를 다룬 ‘1976년의 서문’, 작품의 집필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작가 노트와 초기 설정 자료, 게센 행성 지도 등의 다양한 부록들을 담았다. 또한 르 귄이 직접 보내온 사인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SF와 판타지를 교묘히 결합하고 인류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특유의 풍부한 문학적 감성으로 풀어낸 이 작품 속에서 르 귄은 모든 개인이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남녀 양성의 특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회를 상상해낸다. 그러나 이 세계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반목과 언쟁, 약탈, 살인 등 인간의 모든 악행이 여기에도 존재하며 전쟁이라는 크나큰 악행 또한 임박해 있다.


그 모든 것은 개인들 사이, 계층과 계층, 국가와 국가 사이의 오해로부터 기인하며, 테라, 즉 미래의 지구를 포함한 범우주적 인류 공동체 에큐멘의 특사인 겐리 아이는 겨울만이 계속되는 이 낯선 행성에서 홀로 그들을 이해하고 또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머나먼 과거인 ‘지금의 우리 모습’을 이해해나간다.


저자(글) 어슐러 K. 르 귄

저자 어슐러 K. 르 귄 Ursula K. Le Guin은 1929년 10월 21일, 저명한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와 동화작가 디어도어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중세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으며, 1953년 역사학자인 찰스 르 귄과 결혼, 슬하에 엘리자베스, 캐롤라인, 디어도어 세 아이를 두었다. 1962년, 시간 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소설 [파리의 4월]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현재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69년 《어둠의 왼손》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해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으며, 1974년에 발표한 《빼앗긴 자들》로 또 한 차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휩쓸었다. 1968년부터 시작된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소설로 꼽힌다.판타지와 SF는 물론 에세이, 어린이책, 비평, 시에 이르는 폭넓은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SF 문단 내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문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0여 차례에 걸쳐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세계환상문학상, 카프카상 등을 수상했다. 평생토록 SF와 판타지소설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2001년 SF 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었으며, 2003년에는 제20대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되었다.

번역

역자 최용준은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이온추진 엔진에 대한 연구로 비(飛)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온 플라스마 현상을 연구한다. 옮긴 책으로는 《이 사람을 보라》 《넘버 나인 드림》 《래그타임》 《끌림》 《3등급 슈퍼 영웅》 《아메리칸 러스트》 등이 있다.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로 제17회 과학기술 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 열린책들의 ‘경계 소설선’, 샘터사의 ‘외국 소설선’을 기획했다. 

어슐러 K. 르 귄 (Ursula K. Le Guin,1929~2018)

어슐러 K. 르 귄
(Ursula K. Le Guin,1929~2018)

 

미국의 SF 및 판타지 작가. 대표작인 헤인 연대기 시리즈와 어스시 연대기 시리즈를 포함, 20편 이상의 장편소설과 100여편의 중단편을 발표했다. 주로 상술한 두 장르의 작품들을 써서 거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동화, 번역서 및 문학비평서들도 냈다.


부친인 앨프리드 크로버(Alfred L. Kroeber)는 UC 버클리의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였고, 모친 시어도라 크로버(Theodora Kroeber)는 작가였다. 이들 부부는 '최후의 야생 인디언'으로 유명한 야히 부족 최후의 생존자 이쉬를 맡아 보호하면서 이시에게 많은 감화를 받았고, 어슐러도 부모에게 이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어스시나 헤인 시리즈 중 언어가 특정한 힘을 가지는 설정은 바로 야히 부족의 문화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SF 문학상 중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휴고상을 8회, 네뷸러상을 6회 수상했다. 그런데 데뷔 당시에는 '독자들은 여자가 쓴 소설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판사 측에서 'U.K.르 귄'이라는 이름[4]으로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항성간 여행을 통해 우주로 진출한 먼 미래 인류의 모습을 그린 SF 시리즈인 헤인 연대기는 아이작 아시모프 작가의 파운데이션에 비견할 만한 큰 스케일에 르귄 특유의 정밀한 정치적, 문화인류학적 설정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서 르 귄이 창안한 초광속 통신인 앤서블은 후배 작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처럼 거의 보편적인 개념으로 승화되었다. 앤서블은 서양 SF뿐만 아니라 이영도, 듀나의 단편에서도 등장한다.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SF 문단에서는 1950년대의 SF를 대표하는 거장이었던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 다음 가는 인지도를 갖고 있다. 로저 젤라즈니, 제임스 G. 발라드 등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의 뉴웨이브 운동 시절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후술할 정치사회적 아젠다가 워낙 확고했던 탓에 실험적 경향이 강했던 뉴웨이브 운동 자체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드한 과학이야기 대신 환상적인 설정과 은유가 넘실대는 단아한 문체, 디테일 넘치는 심리묘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그 결과 SF 장르뿐만 아니라 20세기 후반의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마법사와 드래곤이 등장하는 대하 서양 판타지인 어스시 시리즈는 고전인 반지의 제왕과 비견될 정도로 독자들과 평단 양쪽의 극찬을 받았으며, 시리즈 세 번째 장편인 《머나먼 바닷가》는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에 의해 극장판 애니메이션화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인 2006년작 게드전기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진정한 흑역사로 간주된다. 이 망작의 제작과정에 대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20여 년 전부터 애니화를 하고 싶다고 작가에게 여러차례 편지를 보내 허락을 구했는데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르 귄 여사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었고 고작 디즈니 수준으로 여겨 부정적이었다. 작가 성향을 보면 알겠지만 흔한 전형적인 이야기를 싫어하는 개성이 강한 타입이다. 그런데 디즈니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메인스트림의 상징이니 영 취향이 안 맞는다. 이렇게 오래 걸리자 포기했는지 미야자키는 이미 그녀의 소설 이거저거를 뽑아서 나우시카 등의 작품에 집어넣었고, 아이디어를 써 버렸으니 나중에 가서는 그 작품을 영상화 할 의욕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 이후 이웃집 토토로를 본 여사가 감명받아 생각이 바뀌었는지 애니메이션화를 허락했고, 몇 년 후 프로듀서였던 스즈키 토시오가 추진하여 미야자키의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가 감독을 맡아 영상화했다. 그러나 이는 토시오의 중대한 판단 착오였다. 고로 자체가 오직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참여한 수준이었다.


작가 본인도 "이 작품은 저의 책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당신의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좋은 영화다.(Yes. It is not my book. It is your movie. It is a good movie.)"라며 그녀의 고향에서 치러진 지브리 주최의 시사회 후에, 미야자키 고로에게 개인적인 소감을 전했다. 즉 내 작품과 전혀 달라졌다라는 불만이었던 것. 그런데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미야자키 고로가 어슐러 여사가 칭찬했다고 선전에 이용하자, 이번에는 진짜 속마음을 드러낸 평을 올려 상당히 까칠하고 신랄한 평을 했다. (원문, 아카이브.) 특히 원작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피부색을 고로 마음대로 밝은 색으로 표현한 것을 매우 불쾌해했다. 인종차별에 민감한 미국과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본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 듯.


즐겨 다루는 주제는 성평등, 전쟁 반대, 자연 보호 등이다. 주인공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넣어 기적적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무대장치를 많이 쓴다. 여담으로 글을 쓸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글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동양 철학에도 조예가 있어 환영의 도시 같은 작품에선 노자의 도덕경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심지어 도덕경을 영어로 번역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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