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49] 이춘원의 "나미브사막에 거저리가 산다"
나미브사막에 거저리가 산다
이춘원
불모지, 나미브사막에 누군가가 산다
지표면 온도가 70도를 오르내리는,
생명을 포기한 지 오래된
나미브사막에 아득한 생기가 있다
뜨거움보다도 목이 말라 그 무엇도
생존할 수 없다고 포기한 땅에 생명이 꿈틀거린다
검정 갑옷을 입은 거저리가 모래언덕을 넘어
이른 새벽에 모래 산을 오른다
이슬 한 방울을 구하려고
해가 뜨기 전에 정상에 올라왔다
희뿌연 안개가 작은 몸을 감싸고
생명수가 한 방울 돌기에 맺힌다
하늘이 주신 감로수다
목숨이 소중한 것은
나미브사막 딱정벌레도 마찬가지다
생명은 존귀하기에 삶이 어렵다
이른 새벽 모래언덕을 넘는 거저리의 몸부림이
살아 있음의 숭고함을 외치지 않는가
* 나미브사막은 아프리카 서남부 나미비아 공화국의 해안가 사막지대로 한낮 기온이 40도, 지표면 온도가 70도를 오르내리고, 연평균 강수량이 13mm 정도이다.
―『꽃별 뜨다』(자기다움, 2025)

[해설]
거저리가 아주 위대하다
‘거저리’가 뭔지 몰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딱정벌레목 거저릿과의 곤충. 몸빛은 갈색을 띤 흑색인데 광택이 나며 과립과 털이 많음. 고목이나 모래 속에 살며, 애벌레는 곡물을 해침.”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딱정벌레처럼 생겼다.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는 상태인 나미브사막에서 거저리가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뒤지면 찾아볼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죽 설명하고 있어 은유나 상징, 역설과 비약, 아이러니나 알레고리 같은, 좋은 시가 갖고 있는 ‘시적 표현’이 별로 안 보여 아쉬움을 조금 느끼면서 시를 읽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생명은 존귀하기에 삶이 어렵다”라는 구절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괄목상대!
거저리 같은 곤충도, 지렁이 같은 환형동물도 다 살아보려고 발버둥이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공해 심한 지구상에서. 그 작은 한 마리의 벌레가 살아 있는 한 살려고 애쓰기에 자살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대한민국과는 다른 세계이다. 최고로 열악한 환경이기에 생명 가진 것들이 더욱더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2024년 한 해에 1만 4,000명이 자살했다. 하루에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춘원 시인은 “이른 새벽 모래언덕을 넘는 거저리의 몸부림이/ 살아 있음의 숭고함을 외치지 않는가”라고 하면서 우리를 꾸짖고 있다.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거저리를 예로 들며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이 13mm 정도밖에 안 되는 나미브사막에서 살아가는 거저리한테서 우리는 생존에의 의지를 배워야 한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살려고 애써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준 목숨,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이가 많은 세태에 낙심하여 이 시를 쓴 의도를 알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한다.”(폴 발레리)
[이춘원 시인]
전북 진안 출생. 《순수문학》으로 등단(박재삼, 윤강로 시인 추천). 한국기독교문인협회 부이사장, 예띠 시낭송회 회장이다. 상황문학, 서울글사랑 회원이다. 한국서정문학상, 대한민국 녹조근정훈장(2014)을 수상했다. 시집 『가지에 걸린 하얀 달빛』『굴뚝새』『그리움 자리』『푸른 촛대 산길을 밝혀』『풀꽃시계』『해바라기』『루체비스타』『행복한 동행』『언어를 품은 들꽃과 나무 이야기』, 산문집 『바람 속에 우는 하프』『Yeti 네팔·한국 꽃 우표를 가꾸다』(공저) 등을 펴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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