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일 칼럼] 태권도경기 ’발펜싱’ 지도자, 선수도 모르는 점수제 ‘톡톡톡‘ 이대로?
글 |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 홍보부위원장 이강일 (텍사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를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물론 선수에게 메달은 중요하다.
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에게 금·은·동, 그 메달의 색깔은 오랜 시간 흘린 땀과 노력의 결과이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태권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메달의 색깔을 떠나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있는 겨루기가 과연 태권도다운 경기인가?”
나는 반세기가 넘도록 태권도를 수련해 왔고, 30여 년 이상 선수들을 지도하며 수많은 겨루기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봐 왔다.
그런 나 조차도 오늘날 이른바 ‘발펜싱’ 형태의 겨루기를 보면서 때로는 의문이 든다.
“도대체 왜 저 동작이 득점이 되었는가?”
그렇다면 태권도를 처음 접하는 일반 대중은 과연 어떻게 느끼겠는가?
이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평생 태권도를 수련하고 지도해 온 사람조차 득점의 이유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기를 일반 관중에게 보고 즐기라고 한다면, 우리는 태권도 겨루기의 대중성과 미래에 대해 큰 고민을 해야 한다.
스포츠는 선수만의 것이 아니다. 관중과 함께 호흡할 때 살아 있는 스포츠가 된다.
관중이 매 순간 복잡한 전자센서의 작동 원리와 세부 경기규칙을 알아야만 득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태권도 겨루기가 왜 일반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왜 저 발차기는 점수인가?”
“왜 저렇게 정확하고 강하게 찬 기술은 점수가 아닌가?”
이러한 의문이 반복된다면 이제 선수나 관중에게 이해를 요구하기보다 경기규칙과 채점방식 자체를 다시 살펴볼 때가 되었다.
전자채점시스템은 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그 성과는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전자장비가 태권도를 위해 존재해야지,
태권도가 전자장비에 맞춰 변해서는 안 된다.
태권도 겨루기는 다시 일반 대중이 눈으로 보고, 느끼고, 환호할 수 있는 경기가 되어야 한다.
강하고 정확한 발차기, 과감한 공격과 반격, 다양한 연속기술과 화려한 회전기술이 성공했을 때 관중이 복잡한 설명 없이도 박수를 치고 환호할 수 있어야 한다.
태권도 겨루기의 매력은 전광판의 숫자만이 아니다.
거리와 타이밍, 순간적인 공격과 반격, 그리고 단 한 번의 멋진 발차기로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태권도만의 박진감이 있어야 한다.
반세기 넘게 태권도를 해온 지도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수라면, 일반 대중에게 경기를 이해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경기의 방향을 다시 물어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어느 나라가 몇 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는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메달의 색깔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우리가 세계인에게 어떤 태권도를 보여주었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우리는 센서가 좋아하는 태권도를 만들 것인가,
사람이 보고 감동하는 태권도를 만들 것인가?”
경기규칙과 기술은 시대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발전의 중심에는 언제나 태권도다운 기술, 선수의 투지, 그리고 관중의 감동이 있어야 한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며, 메달의 색깔을 넘어 세계 태권도 겨루기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글 ㅣ 이강일 (Grandmaster Ken Kangil Lee · Texas)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 홍보부위원장,한·미태권도문화원 원장,반세기 이상 태권도와 함께하며 30여년 이상 지도 현장을 지켜온 태권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