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프리뷰] 임효 개인전 《連時(연시)~시간을 잇다》 수해의 기억을 넘어선 ‘생성의 회화’
한국화가 임효(70)가 수해로 인한 절망적 시간을 이겨내고 3년여 만에 한층 단단해진 작품 세계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주관하고 갤러리 월하미술(대표 신영채), HB 갤러리가 주최하는 이번 개인전은 2026년 1월 8일부터 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 분관과 HB 갤러리에서 열린다.

‘시간을 잇다’ — 생성의 풍경을 담다
전시 제목 《連時(연시)~시간을 잇다》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예술 개념인 ‘생성(生成)의 회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임효는 전통 재료인 한지, 먹, 옻칠, 채색, 감물을 기반으로 현대적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3년간의 복구와 재생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신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2022년 여름 수해로 작업실과 다수의 작품이 침수된 이후, 그는 물의 흔적을 ‘기억의 변형’으로 화폭에 남기며 새로운 시간의 지층을 형성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신작을 포함해 지난 2년간 제작된 작품들이 함께 출품되어, 서로 다른 시간과 물질의 흔적이 교차하는 ‘생성의 풍경’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풍경이 아닌 ‘시간의 풍경’
임효의 회화는 단일한 풍경이나 사건을 재현하지 않는다. 한지 위에 반복적으로 축적된 먹과 옻칠, 감물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과 물질의 퇴적물로 작동하며, 화면은 자연의 지층처럼 중첩된 시간을 품는다. 그의 작업은 종종 “풍경이 아닌 시간의 풍경”으로 읽히며, 이는 전통 한국화와 서구 추상회화의 문법을 모두 비껴가는 독자적 조형 언어를 형성한다.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유기적 선의 흐름은 임효 회화의 핵심 요소다. 물이 스며들고 마르는 시간, 먹의 번짐과 응고, 작가의 신체적 행위가 중첩되며 자연의 생장 구조나 지형도를 연상시키는 생명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선들은 완결된 형태라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성 중인 과정을 드러내며, 회화의 행위성과 시간성을 강조한다.

전통 재료의 현대적 확장
임효는 전통 재료를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닌 의미를 생산하는 물질적 주체로 다룬다. 거친 입자와 물성은 토양과 암석의 감각을 화면 위로 호출하며, 자연을 묘사하기보다 자연의 질료 자체로 회화를 구축한다. 이는 한국화의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천으로 읽히며, 관람자는 회화가 단순한 이미지 재현을 넘어 세계의 근원적 질서를 사유하는 장(場)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예술로 이어진 시간
《連時(연시)~시간을 잇다》는 수해의 기억을 예술적 생성으로 전환한 임효의 치열한 기록이자,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이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시간, 기억과 물질이 교차하는 독창적 회화 세계를 통해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