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영자, 디아스포라 시작품 캐나다 국가 기록 유산으로 영구 편입
캐나다에 거주하며 한국과 캐나다 문학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시인 강영자(필명 최 영, Young Choi)의 작품이 캐나다 국가 기록 유산으로 영구 보존된다. 이민자의 기억과 정체성을 다룬 디아스포라 문학이 국가 기록 체계에 공식 편입된 것은 재외동포 문학사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강영자 시인은 Polar Expressions Publishing이 주관한 제18회 연례 전국 시 공모전에 온타리오 대표로 시 「시간의 맷돌(The Millstone of Time)」을 출품해 가작(Honourable Mention)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수상작을 모은 시선집 『Perched: A Collection of Canadian Poems』(국문 번역: 『머무는 자리에서: 캐나다 시 선집』)에 수록되었으며, 출간과 동시에 캐나다 국립도서관과 국립기록박물관(Library and Archives Canada)에 공식 등재돼 영구 소장 기록물로 확정됐다.

이번 등재는 출판사의 자율 보관이 아닌, 캐나다의 법적 납본 제도에 따른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캐나다에서 발간되는 모든 출판물은 국가 기록 기관에 의무적으로 제출되며, 강 시인의 작품 역시 이 제도를 통해 국가 기록 유산으로 편입됐다. 이로써 「시간의 맷돌」은 개인 창작물을 넘어, 이민자의 삶과 정체성을 담은 문학 작품으로서 캐나다 사회가 보존해야 할 공적 기록물로 인정받게 됐다.
작품 「시간의 맷돌」은 이민자가 겪는 정체성의 해체와 재구축 과정을 ‘맷돌’이라는 상징을 통해 형상화했다.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를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수용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담아내며, 디아스포라의 존재론적 성찰을 드러낸다. 이는 디아스포라 문학이 주변적 담론을 넘어 국가 기록 서사에 포함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강영자 시인은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뒤 글쓰기 교사, KBS 방송 리포터, 법률신문 기자 등 언론·교육 분야에서 활동했다. 캐나다 이주 후에는 한글학교 교사와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며 재외동포 사회의 언어 및 문화 전승에 기여했다. 문단 활동으로는 2002년 BC 영문학 등단, 2012년 한국 문예지 『문학의 봄』 등단을 통해 한·영 양국 문단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시집 『도라지 꽃』을 출간했으며, KOWINNER 시 낭송 최우수상을 2회 연속 수상(2021~2022)하는 등 대중과의 소통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또한 그는 캐나다한국문학 대표, 오타와 북클럽 대표, 한카문화예술원 부대표, 캐나다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한·캐 문학 교류 확대에 힘써왔다. 창작 뮤지컬 『조선에 등불을』에 나레이터로 참여해 한·캐 연대의 역사를 예술적으로 조명하기도 했으며, 현재 코리아아트뉴스 캐나다 현지 기자로 활동 중이다. 공저로는 『Perched』를 비롯해 『바람구두를 신은 랭보』, 『서울 시인들』, 『종로문학』, 『시문학』, 『한국신춘문예』, 『문학세계』, 『캐나다문학』 등 다수가 있다.
이번 국가 기록물 영구 소장을 계기로 강영자 시인은 차기 시집 출간을 준비 중이며, 캐나다 주류 문학상 도전도 검토하고 있다. 문학계와 재외동포 사회는 그의 행보가 한·캐 문학 교류의 또 다른 사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다음은 강영자 시인의 작품 '시간의 맷돌' 영문 원본.
The Millstone of Time
After the long tunnel of the pandemic,
we walk an old, damp path.
Words have vanished;
only quiet footsteps press into gravel.
Beside a rusted canal,
the breath of moss-laden trees opens,
and a forgotten mill
stands like a ruin.
Before its heavy silence,
we quietly pause.
The millstone's wheel
thuds like a heart.
Crossing the threshold,
cold air sinks into our lungs.
A muffled beat—
the earth's hidden pulse of time.
The scent of old flour rises,
and sleeping seasons return.
A single grain
crumbles white, stirred from within.
Kernels cast themselves
onto slackened ropes.
Shedding names,
they dissolve into the turning stone.
Life-
reborn
through the act of surrender.
Sunlight strikes dust,
and one particle ascends-
Is it disappearance,
or the breath of beginning?
Outside, summer echoes;
inside, the hush of old winter.
Time flows like scattered grains across a single threshold.
Within the rhythm of the machine, our breath aligns.
A returned stillness,
a restored beat—
time rebuilding life.
In the old mill,
we inhale once more
our first breath-
clearer than the future.
by Young Choi
Ottawa, Ontar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