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헌의 음악단상 4] 크레모나의 첼로, 바흐의 입체적 사운드로 완성되다
첼로의 풀네임은 비올론첼로Violoncello이다. 14세기 서양의 본격적인 악기 음악 태동기, 현을 활로 그어 소리를 내는 찰현(擦絃)악기를 통틀어 비올Viol 이라 불렀는데, 여기서 ‘커다란 비올’ 이란 의미의 비올로네Violone에 ‘작은’의 의미인 첼로Cello가 붙어 만들어진 것이 비올론첼로, 줄여서 지금의 첼로가 된 것이다. ‘크다’, ‘작다’ 의미가 동시에 있어 헷갈릴 수 있으나, 비올로네의 크기를 콘트라베이스Contrabass 정도로 상정한다면, 비올론첼로는 ‘작은 콘트라베이스’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우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를 모두 다른 악기로 생각하나, 서양 악기 음악의 태동 시기엔 반대로 생각했다. 당시엔 나무 울림통에 현을 매달고, 이를 활로 비벼 소리를 내는 악기들을 통틀어 비올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고음으로 갈수록 더 작은 비올, 저음으로 갈수록 더 큰 비올이라 불렀고, 이렇게 제작된 다양한 비올들을 모두 비올족의 악기라 불렀다. 이들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음역의 비올을 기반으로 새롭게 제작/개량한 것들이 오늘날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된 것이다.

이들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530년대로, 이시기 기록에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악기 제작가 중 하나인 아마티가(家)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처음 등장한다.(니콜로 아마티가 제작한 바이올린은 현재 60만 달러, 현 환율로 10억 원에 육박한다) 참고로 이 악기들은 아직도 현역 무대에서 생생한 음색을 들려주고 있으니, 참으로 연구 대상이라 할 만 하겠다. 이중 첼로는 이탈리아인들이 저음역의 비올이었던 스페인의 비올라 다 감바Vioal da gamba를 대체하여 만든 것으로, 저음역대의 안정적 소리는 물론, 중-고음역대까지 아우르는 풍부한 연주 음역을 기반으로 독주 악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니,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가 이 악기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테다. 이렇게 등장한 그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무엇보다 독주 음악이란 점이 우리를 한번 더 놀랍게 한다.
1717년, 쾨텐의 궁정악장으로 일하던 바흐는 이 시기 가장 행복했다고 이야기한다. 풍부한 지원, 빼어난 연주자 풀, 자유로운 작품 제작 환경 3박자가 모두 갖춰졌으니, 독창적 음악이 탄생할 만한 이상적인 환경이었던 셈이다. 이 때 만들어진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놀라운 점은, 겉보기엔 하나의 선율이지만, 막상 들어보면 매우 입체적인 울림이란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바흐는 음 하나하나를 허투루 배치하지 않았는데, 파악하기 위한 힌트를 말하자면, 낮은 음역대의 음들을 위주로 한번, 다음은 높은 음역대의 음들 위주로 한번 들어보라는 것이다. 들을 때는 그 음역대의 음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도 유심히 들어보자. 이렇게 비교 감상하면 각 음역의 음들이 대략 어떤 라인을 그리는지가 구분된다. 다음엔 조금 더 욕심내서 중간 음역대의 음들도 똑같이 들어보자.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알게 된다. 하나의 멜로디라 생각했던 이 음악이, 사실은 여러 개의 선율로 복합 구성된다는 것을, 이 선율들이 때로는 자기 자신을 돋보이고, 때로는 다른 선율을 장식해 주며 이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이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파블로 카잘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는 최초로 이 곡의 악보를 발굴하여 녹음한 최초의 연주자이자, 평생에 걸쳐 이를 다듬은 연주자로서, 바흐가 만들어낸 입체적 울림을 명확하게 재현한다. 1936년부터 1939년에 걸친 레코딩의 빈티지한 음질은 바흐 시대의 고(古)음악 적 첼로의 울림을 더욱 생생히 재현해 내고 있으니, 우리에겐 한결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 6곡 전곡 레코딩을 모두 남겼으며, 모두 저작권이 만료되어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으니, 얼마든지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소문만 듣고 아직 듣지 않았다면, 꼭 들어보길, 그리고 기왕 들어볼 마음이 섰다면, 필자가 이야기한 방식으로 반복하여 들어보길 바란다. 이미 이 곡을 알고있어도, 필자의 방식으로 들어본다면,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될 시간이 되리라 장담한다.
이제 마무리다. 첼로는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는 바흐의 음악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500년의 세월을 품은 이 악기가 300년 전 바흐의 음악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그 깊은 속내를 들어보는 것은 이제 온전히 당신 몫이다. 모두에게 다른 이야기가 들리길, 그 시간이 모두에게 아름답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