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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순의 삼삼한 음악이야기 25탄 ] 크리스마스 특집

소프라노 지영순 전문위원
입력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든 남자 ― 빙 크로스비, 가장 따뜻한 노래 뒤의 고독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든 남자

빙 크로스비, 가장 따뜻한 노래 뒤의 고독

 

12월 25일, 노래가 계절이 되는 날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다.
이날의 공기는 유난히 조용하고, 사람들의 걸음도 잠시 느려진다.
그리고 매년 이 날, 세계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같은 목소리가 울린다.

*Bing Crosby*의 노래이다.
 

그의 음성은 축제를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겨울의 온기를 낮게 깔아준다.
빙 크로스비는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만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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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발표된 〈White Christmas〉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싱글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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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ite Christmas〉, 계절의 표준이 되다

 

1942년 발표된 〈White Christmas〉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기록된다.
이 노래는 단순한 캐럴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의 원형(原型) 이다.
빙 크로스비의 낮고 부드러운 바리톤은 눈 내리는 풍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들려주는 순간, 겨울은 이미 도착해 있다.

이 곡이 가진 힘은 화려함이 아니다. 절제와 여백이다.
그래서 그의 크리스마스는 늘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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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가수’에서 ‘들려주는 목소리’로 이동시킨 최초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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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즈 보컬리스트에서 ‘시대의 음성’으로

 

빙 크로스비의 출발은 재즈였다.
마이크 앞에서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의 창법은, 당시로서는 혁신이었다.
그는 성량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와 말하듯 노래했다.

이 접근은 대중음악의 판을 바꾸었다.


빙 크로스비는 ‘부르는 가수’에서 ‘들려주는 목소리’로 이동시킨 최초의 인물이다.
이 변화는 이후 프랭크 시나트라, 냇 킹 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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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White Christmas〉 속 빙 크로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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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크린 속의 미소, 무대 밖의 그림자

 

영화 〈White Christmas〉 속 빙 크로스비는 늘 온화하다.
그러나 실제 삶은 그만큼 평온하지 않았다.
가정에서는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겪었고, 

명성이 커질수록 시대의 기대와 압박은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여기서 드러나는 반전이 있다.
가장 따뜻한 노래를 남긴 사람이, 가장 외로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노래가 조용한 이유는, 어쩌면 말하지 않는 고독을 오래 살아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4. 왜 지금도 그의 노래가 필요한가

 

빙 크로스비의 크리스마스는 시대를 타지 않는다.
그의 음성에는 서두름이 없고, 판단이 없으며, 요구도 없다.
그저 곁에 머문다.

그래서 혼자인 이에게도, 기억이 많은 이에게도 그의 노래는 유효하다.
그는 즐거움을 강요하지 않는다. 안정을 제공한다.

빙크로스비 앨범2

5. 시간을 남긴 목소리

 

빙 크로스비는 유행을 남기지 않았다. 시간을 남겼다.
그의 크리스마스는 매년 새롭지 않다. 대신 매년 같다.
그 ‘같음’이야말로, 이 계절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오늘, 크리스마스는 이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장식보다, 낮은 음성 하나로 완성된다.
빙 크로스비의 노래는 인사를 대신한다.
“괜찮다”, “여기 있다”, “천천히 와도 된다.”

 

12월 25일.
오늘도 그의 목소리는 겨울을 켜고 있다.

 

추천 감상 (YouTube)

  •  
  • 〈Silent Night〉 – Bing Crosby
     


     

기사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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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이 노래가 오늘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Soprano  디바돌체  지영순 교수 

지영순 교수

이화여대 성악과 졸 
이탈리아 빠르나조아카데미아 졸 
이탈리아 오페라하우제아카데미 아디플로마 
러시아 쌍페떼르부르그음악원 디플로마 
오페라 라보엠,카르멘,휘가로의 결혼 등 주역 출연 
주성대,청주대,서원대,경기대대학원 강사 역임

현, 뮤직라이프 대표,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소프라노 지영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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