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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40] 천지사방 말을 풀다

시인 김선호 기자
입력

천지사방 말을 풀다


김선호 
 

  말의 해 병오년에 말로 한번 청하노니

 

  힘차게 솟은 새해 말을 타고 달리면서 채찍을 휘두르면 주마가편(走馬加鞭) 아니리까 잘하면 더 잘하도록 당근도 좀 쥐어주소 나랏일 맡았으면 다른 생각 접어두고 말 달리며 먼 산 보듯 주마간산(走馬看山)하지 말고 꼼꼼히 백성을 위해 잘살 방도 궁리하소 사슴 보고 말이라며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속이거나 뻔하게 보이는데도 아니라 우기지 말고 고개가 끄덕이도록 속내 훤히 비춰보소 힘드니 들어달라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말 귀에 바람 스치듯 마이동풍(馬耳東風) 절대 말고 잦아든 소리도 찾아 세심하게 살펴주소 태풍 폭우 다 가시고 오곡 익는 어느 들녘 하늘 높고 말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처럼 휑하고 허전한 마음도 넉넉하게 채워주소 안주하거나 멈칫대거나 교만하지는 더욱 말고 발굽을 멈추지 않는 마불정제(馬不停蹄) 기상으로 이 나라 국운을 빚어 세계만방 뻗쳐주소

 

  적토마 천 리를 뛰듯 펄펄 날게 하여주소

초원을 누비는 말 [이미지: 류우강 기자]
초원을 누비는 말 [이미지: 류우강 기자]

병오년이 밝았다. 말의 해인데, 십간 중에 병정(丙丁)은 적색이니 붉은 말이다. 적토마의 힘찬 기상이 먼저 떠오른다. 2001년부터 시작한 21세기의 두 번째 사반세기를 여는 첫해이기도 하다. 왠지 상서로운 기운이 드리울 것만 같은 병오년이다.

 

십이지 열두 동물 중에서 말에 관한 고사는 용만큼이나 많다. 아마 이동 수단인 말이 생활과도 밀접할 터라 그럴까도 싶다. 어릴 적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벗 죽마고우(竹馬故友)를 비롯하여, 늙은 말이 길을 알듯 하찮아도 장점 하나씩은 있노라는 노마지도(老馬知途), 변방 늙은이의 말처럼 행과 불행은 바뀐다며 일희일비를 경계하는 새옹지마(塞翁之馬) 등 백여 개도 넘을 터다.

 

무엇에든 음양이 있듯, 말 이야기도 천당과 지옥을 넘나든다. 견마지로(犬馬之勞)의 말은, 주군을 위해 충성을 다하거나 자신의 노력을 겸손하게 낮출 때 불러낸다. 긍정적이고 순한 말이다. 우생마사(牛生馬死)에서는, 성정이 급하고 교만하여 물살과의 씨름에서 낭패한다. 말보다 수영이 미숙한 소가 물결 따라 순응하여 살아남는 것과 대비된다. 절대로 죽지 않는 대마불사(大馬不死)도 있거늘 집착의 결과가 짠하고 안쓰럽다.

 

다섯 달 남은 지방선거 분위기가 꿈틀댄다. 자치단체장과 의회의원, 교육감까지 3,000명 가까이 선량들을 가린다. 출사표마다 위민을 외칠 것이고, 지방정부 흥망성쇠를 좌우할 그들이다. 말에게 물을 먹이고는 보는 이가 없는데도, 구태여 그 대가로  샘물에 돈을 던졌다는, 음마투전(飮馬投錢)의 주인공 같은 청백리를 고르자. 그래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거머쥔 듯 든든한 병오년을 만들자.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김선호 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다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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