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KAN] “화폐 보안기술, 미술 시장 위작 대응에 접목” 위작 시비 없어질까

미술 시장의 성장과 위작 문제
국내 미술 시장은 이제 대중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미술시장조사 2024'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약 6,900억 원, 거래 작품 수는 5만 건에 달한다. 그림 한 점을 집 거실에 걸어두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눈부신 성장세 뒤에는 위작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 이우환 화백의 작품 진위 논란은 시장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종이 증명서만으로는 위조와 변조를 막기 어렵다는 현실 속에서, 기술적 대안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천아트쇼2025, 기술과 예술의 만남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인천아트쇼는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우리도 그림 하나 걸까요”라는 친근한 주제 아래, 200개 부스에서 국내외 작가 1,000여 명의 작품 6,000여 점이 전시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전광영 같은 세계적 거장의 작품은 물론, 배우에서 화가로 변신한 박신양 작가의 대형 원화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한국조폐공사의 참여가 큰 화제를 모았다. 화폐를 만드는 기관이 미술 전시회에 부스를 운영한다는 사실은 이례적이지만, 그 의미는 분명했다. 조폐공사는 조직위원회와 ‘문화예술 분야 위변조 방지 기술’ 업무협약을 맺고, 화폐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첨단 보안 기술을 예술품 보호에 접목하는 방안을 선보였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선보인 위작 방지 보안 시스템 시연 동영상]
AI 디지털 워터마크 현장 시연
조폐공사가 이번 아트쇼에서 선보인 핵심 기술은 AI 기반 디지털 워터마크다. 작품 이미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암호화 패턴을 삽입하고, 전용 앱으로 스캔하면 실시간으로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박신양 작가의 판화 작품 앞에서 조폐공사 관계자가 스마트폰을 꺼내 스캔하자, 화면에 “정품 인증 완료”라는 메시지가 즉시 표시됐다. 관람객들은 놀라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표하며, “이제는 그림을 살 때도 기술이 함께 보증해주는 시대가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보안 솔루션 공개

조폐공사는 디지털 워터마크 외에도 화폐 제조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형광 유화물감 보안잉크: 특정 조명 아래서만 드러나는 패턴 삽입, 비가시 QR코드 캔버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스캔 시 정보 확인 가능, 특수물질 보안라벨: 위조 방지용 나노 소재 적용, 광결정 필름: 나노 구조로 구현된 빛 반사 패턴
이러한 기술은 디지털 작품뿐 아니라 캔버스 원화에도 적용 가능성을 열어주며, 미술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의미와 전망
조폐공사의 인천아트쇼 참여는 단순한 기술 홍보가 아니라, ‘가짜 없는 세상’을 향한 선언이었다. 창작자는 저작권을 보호받고, 소비자는 정품에 대한 확신을 얻으며, 시장은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인천아트쇼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위작 없는 미술 시장을 향한 첫걸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기술과 예술이 만나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적 실험은 인천을 국제적 문화예술 도시로 부각시키며, 건강한 미술 생태계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