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시조 12] 불기 2563년 부처님_ 서석조

불기 2563년 부처님
서석조
부처님, 저 취직 좀 되게 해주십시오
네 이놈, 너하고 나하고 자리 바꾸자
너처럼 밥 먹고 앉아 빌기만 하고 싶다
- 『돈 받을일 아닙니다』( 도서출판 교음사, 2020)
빌기만 하는 청년에게 던진 부처님의 일침, 그리고 깨달음의 메시지
- 류안 시인
한 청년이 간절히 기도한다. “취직 좀 되게 해주십시오.” 현실의 무게에 눌린 청년의 목소리는 오늘날 수많은 이들의 삶을 대변한다. 그러나 부처님의 대답은 예상 밖이다. “네 이놈.” 꾸짖음으로 시작된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을 바로잡으라는 강한 일침이었다.
부처님은 이어 “너하고 나하고 자리 바꾸자”라며 청년을 자신의 자리에 앉힌다. 순간 청년은 깨닫는다. 자신이 바라던 부처의 자리는 단순히 밥을 먹고 앉아 기도하는 안락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나 청년은 여전히 “너처럼 밥 먹고 빌기만 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는 곧 자리를 바꿔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불교의 가르침은 여기서 드러난다. 모든 것은 본래 실체 없는 인연의 결과라는 공(空)의 진리,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의 가르침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단순한 꾸짖음이 아니라, 청년에게 스스로의 집착을 내려놓고 타인의 자리를 이해하라는 초대였다.
결국 이 시조는 현대인의 불안을 풍자하면서도, 종교적 삶의 본질을 되묻는다. 기도만으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 깨달음은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성찰과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것임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