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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11] 이상현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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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날

 

이상현

 

사람들이

차례차례 들어갑니다.

 

모두

몸이 불편한 사람들입니다.

 

사랑의 이동 목욕차

 

마을이

목욕물처럼 따뜻해집니다.

 

차례차례

세상을 씻어줍니다.

 

―『PEN문학』(20259,10월호)

 

  [해설

 

  몸이 깨끗해지면 마음도

 

  ‘사랑의 이동 목욕차라는 것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복지기관에서 지체장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이동 목욕차를 운영하면 자금을 지원해준다. 지체장애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치매, 중풍, 뇌졸중, 파킨슨, 뇌혈관성 질환 등을 앓는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목욕 차량이 방문해 목욕 서비스를 해드린다. 이동 목욕 차량은 보일러, 급수탱크, 욕조 등 각종 시설과 장비가 갖춰져 있는 특수차량이다. 이동 목욕차 이용을 희망하는 어르신이나 장애인은 각 구청의 사회복지과나 노인복지관에 신청하면 된다고 한다.

 

  이 동시를 쓴 이상현 시인은 짧은 동시 안에다 사랑, 배려, 관심, 온정, 순수 같은 낱말의 뜻을 다 담았다. 아이에게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도 티를 내지 않고 가르치고 있다. 아니, 가르치고 있다기보다는 얘기해주고 있다.

 

  ―연세 높으신 장애인이나 노인성 질환자는 혼자 힘으로 목욕하는 것조차 힘든데 이런 차가 있어서 목욕을 해드리면 정말 기뻐하셔.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고 거동이 불편해진단다. 그런 분들을 도와드리면 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선천적인 장애인이건 후천적인 장애인이건 자유롭게 사지를 움직이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그런 분들이 불편을 덜 느끼며 살아가면 좋겠지?

 

  뭐 이런 교훈적인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이 동시 한 편을 읽어보게 하고 소감을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목욕물처럼 따뜻해진 우리 마을, 차례차례 몸 씻은 이 세상에서 우리는 아픈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아플 것이다.

 

  [이상현 시인]

 

  1962<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수레」가 당선되어 등단.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한국문학상, 김영일아동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PEN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이상현 동시선집』이 발간되었는데 이 책에는 「스케치」 「낮달」 등 시인이 가려 뽑은 대표 동시 10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동화집 『ET를 따라간 아이』『꼴찌라도 좋아요 1, 2, 시집 『서울통신』, 이론서 『한국아동문학론』『아동문학 강의』 등도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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