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 27] 닮아있는 본질 — 박유진 작가가 그려낸 사유의 공간

닮아있는 본질 — 박유진 작가가 그려낸 사유의 공간
좋은 작품은 단순히 감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거실이나 서재에 걸어두고 매일 마주하며,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생각을 이어가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박유진 작가의 작품 「닮아있는 본질」은 바로 그런 매력을 지닌다. 화면 전체가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띠면서도 관람자의 내면을 깊은 사유로 이끌어내며,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짙은 녹색 배경 위에 선명한 오렌지색 옷을 입은 두 인물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강렬한 색채 대비는 시선을 집중시키며, 작품의 중심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들을 둘러싼 추상적 형태들은 길게 늘어진 잎이나 꽃잎을 연상시키며, 흰색과 베이지, 연갈색의 부드러운 색조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배경의 세로 질감은 화면에 깊이를 더해주며, 단순한 장면을 넘어 하나의 서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단순히 두 인물의 대화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자에게 “타인의 세계도 나의 세계와 닮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박유진 작가의 노트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에도 기쁨과 슬픔, 감사와 사랑이 존재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러한 보편적인 감정을 상징하며, 서로 다른 세계가 결국 같은 본질을 공유한다는 깨달음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관람자는 화면 속 인물들을 바라보며 타인의 삶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과 연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어디로든 열려 있는 곳
공량 김기형 (Michael K)
나는 하나님이 계신 곳을 알지 못하고
단지 어렴풋 추론해볼 뿐이지
두 손 뻗어 우리에게 손짓할 뿐 다가가는 건 우리의 몫
어디로든 열려 있는 곳
우린 그 곳에 가고싶다
흥미로운 점은 박유진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된 계기다. 미술애호가인 공량 김기형 Michael K ) 시인이 박유진 작가의 작품을 보고 직접 시를 지어 보내주며 추천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느낀 영적이고 존재론적인 울림을 시로 표현했고, 그 시는 작품의 메시지와 맞닿아 관람자에게 또 다른 해석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처럼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문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예술 간의 교차적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직 30대의 젊은 작가인 박유진이 이미 자기만의 색과 빛을 확고히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작품 속 색채와 구성은 독창적이면서도 안정된 미감을 보여주며, 작가가 가진 고유한 세계관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기교적인 완성도를 넘어, 작가가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해 얼마나 깊은 사유를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박유진 작가가 펼쳐낼 새로운 세계가 어떠할지 기대된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창작 여정의 중요한 단서이자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관람자는 이 작품을 통해 젊은 작가가 가진 잠재력과 독창성을 확인하며, 그가 앞으로 그려낼 더 넓고 깊은 세계를 기다리게 된다.
콩세유아트 갤러리
박유진 작가 개인전 , 2025. 12. 3 ~ 17
